손오공(孫悟空), 마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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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孫悟空), 마음을 보다
  • 의연스님 백양사
  • 승인 2018.05.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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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스님 백양사

<서유기(西遊記)>는 당나라 시대 삼장법사인 현장스님(?~699)의 인도 구법 여행기인 대당서역기를 소재로 명나라 오승은에 의해 저술된 장편소설이며 문학적인 상상력이 뛰어난 동양의 고전이다. 서양에서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단테의 <신곡>을 든다면, 동양에서는 단연 <서유기>를 들기도 한다. 중국 등 동양에서는 수많은 영화의 재료로, 다양하게 리메이크 되기도 하고, 유명한 장편 만화 <드래곤볼>의 소재로도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 마음공부에는 3가지 중요하게 배워야 할 것을 계율(戒律)과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로 이를 3학(三學)이라고 한다. 계율은 마음가짐을 삼가 조심하는 것, 근신하는 것이고, 선정은 들뜨는 마음, 들끓는 마음, 이런 마음의 움직임을 멈추는(止지) 것이며, 지혜는 마음작용이나 그 바탕인 마음의 본체를 바라보는(觀관) 것이이다. 또한 이와같이 (마음을) 멈추고(止) (마음을) 바라보는(觀) 것이 명상(瞑想)이다.

계정혜(戒定慧) 3학에서 계율로는 저팔계, 선정에는 사오정, 지혜로는 손오공이고, 37조도품(三七助道品-수행에 도움이 되는 37가지 요소)에서는 삼장법사 현장스님은 <信心신심, 믿음>을 나타내고, 스님이 타고다니는 말(馬)은 <정진(精進>이며 이에 계정혜의 3가지 덕목을 합쳐서 5가지 힘, 5력(力)이라 한다. 이 5력에서 신심을 나타내는 삼장법사는 손오공처럼 신통력도 없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도 없는 데, 다만 한가지 부처님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하나만 있을 뿐이다.

계율에는 저팔계(猪八戒)인 데, 저팔계는 돼지 같이 욕심 많기에 돼지 모습의 형상에다 성(姓)이 저(猪)씨이고 이름이 팔계(八戒) 즉 8가지 계율이란 뜻으로, 돼지 같이 욕심이 많다고 해도 불살생(不殺生) 등의 8가지 계율만 잘 지키면, ‘능(能)히 깨달을(悟) 수 있다’ 해서 저팔계의 법명은 <오능(悟能)>이며, 성을 붙여서 <저오능>이라 한다.

선정에는 사오정(沙悟淨)인 데, 사오정은 물귀신, 물의 요정이어서 푸르스름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물이 움직이면 흐려지고 물결이 되는 데, 반대로 물결이 잦아지면 맑아지는 것이 물의 성품이다. 이와 같이 마음도 본래 청정한 데 인연 따라 움직이면 번뇌망상이 되며, 그 마음이 평정해지면 투명한 마음의 성품이 드러나게 된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선정이라 하며, 이 선정에서 ‘투명한 마음의 성품을 깨닫는다’라는 뜻에서 법명이 <오정(悟淨)>이며, 성을 붙여서 <사오정>이다.

손오공(孫悟空)은 손가 마을의 원숭이 무리들의 대장 원숭이인데 그의 법명(法名)이 오공(悟空)이다. ‘공(空)을 깨닫다(悟)’라는 뜻으로 <오공(悟空)>이며, 손가 마을의 원숭이 이니 손씨 성을 따서 <손오공>, 또는 손행자(孫行者)라고 한다.

원숭이는 <마음>을 상징한다. 호기심도 많고 또한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미여서 곧잘 <마음>으로 비유한다. 경전을 보면 ‘마음’을 ‘미친 꼬끼리’로, 또 마음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으니 ‘벼룩’으로도 비유한다. 일체를 창조하는 그 ‘마음’이 마치 ‘원숭이’ 같다는 것이다.

마음공부는 먼저 ‘오직 마음’이라는 ‘유심(唯心)의 도리’를, 다음에는 공(空)의 도리를 이해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일체(一切)’라 하며, 일체는 <마음>을 떠나서 따로 있을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오로지 자기 마음에 드러나는 ‘현상(법法)’일 뿐이다. 그래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며, ‘일체는 오직 마음의 조작이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체’를 창조해내는 그 ‘마음’이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실체없음’을 달리 ‘비어있음(공空)’이라 한다. 공(空)이란 있음(有), 또는 없음(無)이 아니라 실체없음(무아無我), 즉 ‘비어 있움’을 뜻한다. 오공(悟空)이란 그 ‘마음’이 ‘비어 있음’을 깨닫는 것을 말한다. 또한 ‘공(空)’을 깨닫는 것이 곧 반야(般若), 또는 지혜(智慧)의 성취라고 한다.

그리고 신통력이 뛰어난 손오공에게도 <금고아禁箍兒>라는 머리띠 모양의 족쇄가 있는 데, 분노에 빠지거나 옳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던지 하면, 즉 마음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이 금고아가 머리를 쪼여서 통증을 유발해서 참기 힘들게 되기도 하고, 또 반대로 화안금정(火眼金睛), 즉 새빨간 눈에 금빛 눈동자를 하고, 분신술로 수많은 화신(化身)을 만들어내고, 손오공의 무기로  ‘여의봉(如意奉)’이 있는 데 이는 온갖 마음의 온갖 장애, 마장(魔障)을 타파하는 강력한 무기이다.

마음의 공성(空性)을 깨닫게 된다면, 바로 모든 것을 뜻대로 성취케 하는 보배구슬인 ‘여의주(如意珠)’를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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