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槻木=Elm / Zelk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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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槻木=Elm / Zelkova)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06.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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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시골을 여행하다 보면 동구밖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늠름하게 서 있는 정경을 보면 왠지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즈넉한 기분이 든다.
봄에는 힘찬 기상을 내뿜고, 여름에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가을에는 노랗다가 붉게​ 물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아마도 느티나무처럼 마을 인근에서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는 나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생장 속도도 빠르고 수형(樹形)이  수려하여 여름에는 쉼터를 제공함과 동시에 만남의 장소로 정자목(亭子木) 역활을 하기 때문알 것이다.
옛날에는 마땅한 교육시설도 없어 느티나무 밑이 교실 역활을 도맡아 하여 서당나무(書堂木)라고도 했다.

그리고 마을의 조상신이나 수호신에게 정월 대보름에 수백 년 된 느티나무에 마을 사람들의 무병과 평온무사, 풍년을 기리는 동신제(洞神祭)를 행하는 성스러운 곳으로 서낭나무라고도 했다.
이조실록에도 느티나무로 임금의 관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무늬가 아름다워 자고로 마루판, 건축재, 가구재, 선박재, 공예재로 쓰여왔다.
우리나라 수종중 무늬가 아름다운 나무로는 느티나무, 호두나무, 참죽나무, 참나무, 산벗나무를 꼽을 수 있다.

느티나무는 한반도 38 이남에 주로 많으며 중국 중부지방, 일본 혼슈(本州)와 시고꾸(四國), 규슈(九州), 중부 유럽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특히 일본인들은 느티나무를 병적으로 좋아하여 껭(縣)목으로 3개현,시(市)목으로 무려 86시가 채택할 만큼 선호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도목(道木)으로 선정한 도는 없고 시목으로 지정한 제천시, 구미시, 논산시가 유일하다.

이렇게 느티나무에 열광함은 건조 시 뒤틀림이 없고, 가공성이 좋으며, 마찰이나 충격에도 강하고, 잘 썩지도 않고 벌레도 잘 안 먹음은 물론 무늬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여건으로 종주국 행사를 해온 중국에 장구한 세월 시달여 온데다, 몽고의침입,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일제강점기, 6.25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외침을 받아 전화(戰禍)로 노거수(老巨樹)​가 흔치 않다

필자가 느티나무 원목을 의뢰 받아 외침을 받지 않은 일본에서도 비교적 노거수가 많은 시고구(四國)의 고찌(高知)에서 1,0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를 수없이 볼 수 있었고 느티나무만 보관해둔 창고에는 용도별로 전시해 두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전문으로 가공하고 도장을 하는 곳이 오까야마(岡山)에 있다고 하여 좀 먼 거리지만 애써 왔으므로 가 보았다.

흔히 볼 수 있는 느티나무 뿌리 부분으로 만든 큰 탁자는 느티나무 줄기와 뿌리가 만나는 부분의 목재로 만든 것으로 직경 3m에 두께 20cm 정도가 우리돈 1억 원이 넘는 것이 끝없이 널려 있었다.
수령을 물어보니 대략 1,500년 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이 일상생활에 많이 쓰는 밥공기, 미소시루(된장) 그릇이 다름아닌 느티나무 만든 것이 최고급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아울러 가정이나 회사등에서 장식품으로도 이다메(板目=엇결)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그대로 칠만 하여 장식용으로 감상하고 있다.

또한 옛 사무라이든지 세력가의 집 대문은 느티나무를 사용하므로 가문을 자랑했다고 한다.
수백년이 된 느티나무는 평상 서너 개를 족히 깔 수 있으며 반경 10m는 그늘을 드리울 수 있으므로 마을의 수호신 대접을 받고 있어 우리와는 뗄래야 떨 수 없는 깊은 애정을 갖고있는 사랑 목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나무중 느티나무처럼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느티나무와는 비교가 안되는 반얀트리(Banyan tree)가 있다.
반경 무려 50m는 족히 되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거목으로 인도가 원산지이다.
이 나무는 홍콩 센트럴역 가까이에도 있지만 너무 어려 반얀트리 본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도 , 하와이 마우이 섬 라하이나에 가면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반얀트리 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명(社名) 아래 비교적 고급인  반얀트리 호텔 그릅(Banyan tree hotel group)이 있다.

동남아 원목시장 중계지인 싱가폴을 다람쥐 처럼  자주 들락거리던 필자로서는 반얀트리 호텔중 가장 이색적인 곳이 싱가폴에서 쾌속페리로 불과 4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인도네시아령 빈탄(Bintan)섬에 위치한 5성급인 빈탄 반얀트리 호탤이 가징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던 푸라다나스가 낙엽질 때 거리를 어지럽혀, 은행나무가 등장해 가을을 수 놓더니 어느 듯 그 고약한 냄새에 천덕꾸러가로 전락해 버렸다. 그 공간을 메우고자 등장한 것이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는 경제목이므로 요즘 앞 다투어 심고 있는 인기 수종의 하나로 등극함은 아주 좋은 현상이다.
느티나무는 가지가 너무 나오므로 어랄 때 3~4m까지는 가지를 처주고 어느 정도 밀식 해야만 좋은 재목을 얻을 수 있다.
옛부터 큰사람 덕은 보아도 큰 나무 덕은 못 본다는 말이 있는데 느티나무에게는 예외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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