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물건에 예술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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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물건에 예술을 입히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6.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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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조 씨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
옥천서 창작활동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세계다. 그 매개체가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인간은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때 지극한 기쁨을 누리게 된다. 하수조(58) 씨 역시 늦게 그림을 만나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면서 또 다른 몰입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의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옥천으로 내려오면서 하게 된 작품 활동. 낡고 쓸모없어져 버려진 오래된 물건에 혹은 기와에 그림과 캘리 작업을 해나가는 하 씨의 이러한 활동은 인생 2막에 만난 친구 같은 존재다. 그녀의  독특한 창작 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편집자주>
 

△ ‘카페 밀’에 전시된 작품들
동이면 우산로 1번지 카페밀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차를 주차하고 카페로 들어가는 돌계단에 전시된 기와 그림들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게 놓여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페 구석구석을 살피는 동안 기와뿐만 아니라 징, 나무로 만들어진 쓰레받기, 헤지고 낡은 빨래 방망이, 놋그릇, 어떤 쓰임새인지도 모를 옛날 물건에 그려진 그림들은 오래된 시간이 주는 느낌과 묘하게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카페 안팎으로 전시된 작품을 보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어떤 것도 같은 그림은 없었다. 하나같이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져 참신하게 다가왔다. 옛 물건이 현대적 그림과 글씨를 만나 그림도 물건도 함께 시공을 뛰어넘는 듯했다. 오랜 시간에 그림과 글씨가 덧입혀진 작품들은 이곳이 카페가 아니라 어느 전시장에 온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 자신만의 느낌을 표현하기 시작
하수조 씨는 “서울에 있을 때는 사업상 바빠서 그림이나 예술에 관해서 솔직히 관심 밖 이었다”며 “옥천에 내려오면서 나를 찾겠다는 열망으로 그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귀촌한 많은 사람들이 지방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림을 시작하면서 이곳 생활이 더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니 우울할 틈이 없었다. 하수조 씨는 “이러한 예술 세계에 대해 좀 더 빨리 접했더라면 더 깊이 있게 공부했을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 그녀의 삶
하수조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공무원 채용시험을 봤다. 그 후로 우체국에 들어가 20여년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높은 성과로 직장 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고 직장생활을 접었다. 20여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녀는 곧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바쁘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공가도를 달렸다.  몇 년 사이 큰돈을 모이기도 했다. 그러다 3년 전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촌을 선택했다. 옥천은 남편의 고향이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반한 것도 귀촌을 이곳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하수조 씨의 옥천에서 자아 찾기는 ‘그림과 캘리’라는 매개체를 만나면서 더 확실해졌다. 그녀는 안터마을에 거처를 옮기고 나서 답답하다거나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루하루 자연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순간순간 느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 골동품을 만나다
옥천에는 골동품 경매장이 많다. 하 씨는 옥천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오래된 물건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경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 모은다. 특히 그녀는 나무로 된 옛 물건이나 기와에 큰 매력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물건들에 생명을 불어넣듯 그림과 글씨를 덧입힌다. 그녀만의 독특한 그림 그리기 작업이 시작된 것. 하수조 씨는 “옛날 물건에 나만의 생각(영혼)을 불어넣고 싶었다”며 “옛 것을 현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흥미로웠다”고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옛 물건을 그대로 쓰는 것에는 별 매력을 못 느껴 그 물건들에 현대 특히 자신이 바라본 세계를 말하고 그려 넣기 시작했다. 결국 옥천에 와서 그녀의 세계를 표현할 소재를 만나게 된 것.

△ 꿈이 있는 사람은 나이 들지 않는다
그녀는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다. 연습을 안 하고 그냥 바로 그렸다. 하 씨는 그냥 그려졌다고 말하며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그것을 전공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처음은 그냥 시작했지만 이제 좀 더 연습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수조 씨는 “나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못 찾은 게 아쉽다”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세계를 찾아가는 게 꿈”이라고 말하며 밝게 미소 지었다.

△ 흘러가는 대로 갈 것
옥천에 와서 우연히 ‘카페밀’을 인수해 올 4월에 문을 연 하 씨는 요즘 그림 그리는 것에 시간을 더 내지 못해 아쉬워했다. 아들 양세환 대표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시작 단계라 손 갈 일이 많기 때문.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녀는 “직장 생활 이후에는 인생 계획을 안 잡기로 했다”며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늘 나만의 작품을 찾아 더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나무를 가지고 소품을 만들어 그 소품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수조 씨는 “이제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다”며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시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찾아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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