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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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꽃
  • 김선환
  • 승인 2018.07.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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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물이 되고 싶어요
흘러가는 시냇물도 좋고
저녁 무렵 산 그림자를 담아 버리고
지는 노을에 반짝이는 강물도 좋아요
육지를 꼼짝 못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속절없는 파도가 되는 것도 좋아요
당신 몸의 7할이 물이라고요
네 알아요 나머지도 물로 채우고 싶은 것이죠
마음도 골격도 피부도 물로 이루어진
순수한 물의 형상으로 살고 싶어요
물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싶어요
저 큰 세상을 내려다보며 구름으로 흘러가고자 하는
숨은 욕망이 있는 것이죠
잠든 산을 넘고 어둠의 바다를 건너
지구를 수없이 돌고 돈 후
긴 여행을 끝내고 나면
비가 되어 세상을 덮으며
다시 물로 돌아가는 갑니다
땅속 깊숙이 흘러들어가
미세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
뿌리를 타고 다시 올라갑니다
오르다 막다른 곳에 이르면
해가 비치는 하늘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활짝 웃는 꽃으로 피어납니다
물의 꽃은 온 천지 사방에
타는 불꽃으로 번져 나갑니다

 

◇약력
·시인, 시조시인 ,아동문학가
·현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시집, 달빛을 삼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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