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도 못내는 경로당이 옥천에 있다
상태바
전기료도 못내는 경로당이 옥천에 있다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7.12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300여만 원 지원되는 등록 경로당과 달리
미등록 경로당 부식비조차 없어 공동식사 포기

긴 장마가 끝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혹서기에 접어들었다. 혹서기는 연세 많은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겐 혹한기 못지않은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들이다. 그나마 이웃들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는 경로당이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무료함도 잊을 수 있는 어르신들의 사랑방 마을경로당. 하지만 일부 미등록 경로당의 경우 그 열악함이 혀를 찰 정도다. 빈익빈 부익부, 극과 극을 달리는 옥천지역 경로당의 실태를 파헤친다.  

안내면 한 미등록경로당 컨테이너에 설치된 바람막이용 찢겨진 비닐이 이곳 어르신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내 집보다 더 좋은 경로당
옥천지역 등록 경로당은 총 295개소다. 군은 ‘경로당 설치 및 지원 조례’에 의거 어르신들의 사랑방을 돌보고 있다. 군은 모든 등록 경로당에 전기·수도료, 부식비 등 매월 9만 원씩 운영비를 지원한다. 동절기 5개월간 난방비를, 하절기 2개월간 냉방비도 지원한다. 신문구독료도 매년 6만 원씩 보태고 있다. 년 지원금 294만 원과 쌀 20kg짜리 7포대가 지원된다. 요즘 경로당은 단순 이야기방만은 아니다. 9988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운동과 치매예방, 혈압·혈당측정도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옥천읍 한 경로당 할머니는 “여름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여기(경로당) 오면 여럿이 얘기하면서 웃고 떠들고...내 집도 이보단 더하진 안 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곳 경로당은 마을사업비로 싱크대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냉장고도 일반 가정집 못지않다. 겨울에는 매 식사를 경로당에서 해결할 정도다. 여름엔 횟수만 줄었을 뿐 주말이면 별미도 함께 즐긴다.
이곳 또 다른 할머니는 “옛날 경로당에 비하면 아주 많이 좋아졌어”라며 흡족해 했다.

부식비 없어 식사조차 못하는 미등록 경로당
등록 경로당과 달리 미등록 경로당 환경은 열악하다. 신축할 부지가 없거나 경로당간 거리가 500m 이내여서 등록이 거절되기도 한다. 안내면이 3곳으로 가장 많고 이원면에 2곳, 옥천읍, 동이·청산·군서·군북면에 각각 1곳씩, 총 10개소가 있다. 기자가 찾아 간 안내면의 한 미등록 경로당의 현실은 참혹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컨테이너 경로당 실내온도는 강하게 내리쬐는 한여름 태양 볕에 숨 쉬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에어컨이 있다 하지만 비싼 전기료는 농촌 어르신들이 감당하기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군으로부터 년 100만4000원 지원금으로 전기료를 충당해 왔지만 어느 순간 군에서 회수해 갔다.

이 마을 한 어르신은 “매번 전기료 납부하러 은행에 갈 수 없어 자동납부신청을 해 뒀다. 군 지원금을 같은 통장에 넣어 두고 전기료 납부를 해 오던 것이 어느 날 연체가 돼 있어 확인해 보니 남은 잔액이라며 군에서 회수해 갔더라. 결국 노인들 호주머니를 털어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어디 이뿐인가. 비바람과 겨울에 닥치는 칼바람을 막기 위해 출입문 앞쪽에 쳐놓은 비닐은 찢겨져 너덜거리는 것이 이곳이 경로당인가 할 정도다.

이곳은 등록 경로당과 달리 쌀 지원은 아예 없다. 공동식사를 위해 각 가정에선 쌀 한말씩 가져온다. 문제는 반찬. 어느 누구라도 김치는 가져온다 할지라도 여타 반찬이 없다. 김치 하나만으로 식사할 수 없지 않은가. 부식비 지원이 없어 이 또한 각출한다. 이마저도 없으면 공동식사는 포기다.

‘더 좋은 옥천’이 이곳 경로당에선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 건 당연하다. “바라는 거? 나 같은 노인네가 뭐 있겄소. 그저 이웃지간에 재미난 얘기하며 웃으며 사는 거. 이거면 되지…” 할머니의 푸념 섞인 작은 소망이 머릿속을 맴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