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 휘돌아나가던 군북면 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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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 휘돌아나가던 군북면 추소리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8.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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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자연환경 귀농·귀촌인들 선호 지역
병풍 암벽 ‘부소담악’…관광자원 개발 기대

대청댐이 들어서기 전 실개천이 흐르던 마을이었다. 강변 모래사장이 눈부셨다고 했다. 모래무지, 다슬기, 피라미, 자라, 뱀장어, 쏘가리가 넘쳐나던 강물은 마을 아이들의 천연 놀이터였다. 올해 군북면 추소리 이장 직을 맡게 된 유재도(61) 씨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댐이 있기 이전 그의 유년시절은 자연과 하나 된 풍요로운 추억으로 가득했다. 대전에서 살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집을 개보수해 다시 마을로 돌아온 그는 이장 직을 맡으면서 할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가 전하는 추소리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전체 66가구 주민들
현재 추소리는 66가구가 거주한다. 55가구가 실거주자이고 7가구는 빈집, 나머지는 주말농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55가구 중 10가구는 귀촌·귀농인으로 도시에서 살다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추소리로 들어온 이들이다. 마을주민들은 부추나 미나리 등을 재배한다. 취나물과 같은 산채나물도 수확해 주요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 댐 준공 전 마을은…
실개천이 마을을 휘돌아 나갔다. 모든 물줄기는 흐르고 흘러 금강으로 빠져나갔다. 부소담악 뒤편은 추동리, 앞은 부수머니로 나눠진 마을이었다. 40호씩 80여 가구가 살았다. 댐이 들어오면서 마을 전체 농경지가 수몰됐다. 수몰된 마을 위쪽으로 취락지를 만들어 터를 옮겼다. 일부는 대전으로 이사했고, 일부는 평택 간척지로 주거지를 옮겼다. 40년 전의 일이다.

그 중 35가구가 지금의 추소리에 모여 마을을 이뤘다. 실개천에 비만 오면 새카맣게 올라오던 민물고기를 잡던 기억을 떠올릴 때 그 당시 주민들의 눈가는 추억으로 흔들렸다. 수몰되는 바람에 고향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요즘 들어서 고향의 풍광을 되살려야겠다는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다.

유 이장은 “너무 늦은 움직임이지만 이제라도 고향의 정취를 되찾으려는 주민들의 마음을 읽어 주변 소로길을 살리고, 부소담악 주변 관광코스를 개발하도록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소담악이라는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는데 수장시켜 놓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주민들이 관광코스 개발로 소득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추소리 자연환경
충북의 남부지역인 옥천은 대청호를 끼고 있어 맑고 깨끗한 청정 환경을 자랑한다. 그 중 군북면 추소리에 위치한 부소담악은 우리나라 최고의 하천풍경으로 꼽히는데 부소무니 마을 앞의 병풍바위가 마치 호수에 떠있는 산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으로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했을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대청호는 사방이 병풍을 쳐놓은 듯 수면을 따라가며 길게 이어진 절벽이 아름답다. 경부고속도로 대전IC나 옥천IC를 빠져나와 4번 국도 군북면 이백삼거리에서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난 후 추소리 방향으로 접어들면 굽잇길 사이로 나타나는 호반 풍경이 아름답다.

마을에 들어서기 전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호수를 만난다. 가을철의 대청호는 단풍으로 물든 산과 수면위에 비친 산 그림자가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호수 건너편으로 오색단풍이 곱게 물든 부소담악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TV 다큐멘터리로도 소개됐던 추소리는 마을 대부분이 대청댐으로 수몰된 전형적인 농촌마을. 길가의 언덕에서 만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 돌로 쌓은 성황당이 눈에 띤다. 추소리 입구의 나지막한 표석에 마을을 알리는 작은 문패가 걸려있다. 마을을 둘러보면 모두가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마을 앞에 국토해양부와 한국하천협회에서 '아름다운 하천 100선'으로 선정한 부소담악이 있다.

성황당 앞 작은 산을 넘거나 마을 아래편 호반을 따라가면 뒤편의 환산(고리산)을 배경으로 대청호 오백리길 이정표가 서있다. 이곳이 대청호 오백리길 8구간에 속한다. 물길을 가르며 호반을 오가는 보트와 초입의 장승공원을 구경하고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 좋은 곳에 새로 만든 정자 추소정을 볼 수 있다. 추소정에 올라 바라보면 호수에 펼쳐진 바위산과 병풍바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S라인으로 펼쳐진다.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도 호수를 연상할 만큼 넓고 깊은 소옥천의 물길이 추동을 돌아 부소무니 앞으로 굽이쳐 흐르는 곳. 양편으로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들이 압권이다. 바위절벽 위에서 수면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송과 곱게 단장한 단풍나무들이 있다. 양쪽으로 펼쳐진 바위절벽 사이로 용머리까지 등산할 수 있는 숲길이 나있다. 짧은 거리지만 생김새가 산맥에 가까워 산행의 묘미가 있다.

높은 산을 산행하듯 암벽을 오르내리는 스릴과 낭떠러지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청호의 수위가 높을 때는 용머리까지 갈 수 없다. 세심원 옆 등산로를 따라 환산에 오르다 조망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앞 호수에 작은 섬들이 여러 개 떠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날은 구름 위로 떠오른 고준영봉처럼 선경을 연출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 관광자원 개발 계획
추소리 주민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려 관광자원화하기 위해서는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며 “군북면과 군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목적 광장을 조성하고 댐 주변 땅을 이용해 소로길을 따라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옛길을 조성하는 것”은 온 마을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고 전했다. 김태은 면장은 이미 답사와 설계를 끝내고 군에 계획안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유재도 이장은 “옥천에서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혀 개발되지 않은 것은 현 주민들이 서두르지 않은 이유도 있다”며 “다행이 지금은 주민들의 뜻이 한곳으로 모아져 부소담악 주변 추소리가 옥천의 관광지로 거듭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옥천군이 부소담악 관광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길 바라는 주민들의 뜻을 받아 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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