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만 수돗물 공급, 정작 주민은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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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 수돗물 공급, 정작 주민은 오염수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8.2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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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면 장연리 마을 지하수서
망간 기준치 5배 검출 ‘부적합’
2년째 음용수로 사용 건강 적신호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져 나온 시커먼 수돗물. 이곳 주민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촬영한 사진이다(왼쪽). 며칠 전 청소한 물탱크 바닥에는 침전물이 가라앉을 정도로 오염돼 있었지만 뾰족한 수 없는 어르신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시고 있다.

충청권 550만 명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대청호 옥천지역에 정작 주민들은 수년간 오염수를 마시고 있다는 믿지 못할 사태가 벌여지고 있어 주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청성면 장연리 귀재마을. 15가구 소규모 마을인지라 지방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오랫동안 계곡수를 이용해 왔다. 수질검사에서 대장균 등이 기준치 이상이 검출되면서 사용을 중단하고 지난 2016년 지하수 관정개발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는 희망으로 가득찼다. 이런 주민들의 희망은 얼마가지 못했다. 가정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시커먼 이물질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옥천군 상하수도사업소는 지하수를 수돗물로 이용하는 마을을 대상으로 분기별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마을 수질검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월 망간 검출량은 0.248mg/L로 기준치(0.05mg/L)의 5배에 해당된다. 이때 음용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공급되고 있는 상황. 지난해 2월에는 더 많은 양인 0.273mg/L이 검출되기도 했다. 역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그 이후 상황도 달라진 게 없다. 

망간은 효소작용에 관여하는 인체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이나 만성중독 시 무기력과 떨림, 의식 장애를 일으킨다. 급성중독 시 신경증상과 두통, 관절통을 유발시키는 물질이다.

마을 주민들은 “저녁에 받아놓은 수돗물은 다음날 아침 시커먼 침전물이 가라앉는다”며 한결  같이 볼멘소리를 했다. 흰색 양동이는 검은색이나 누런색으로 변하는가하면 불안에 떠는 주민들은 수돗물은 일반 생활용수로만 사용하고 음용수는 수 km 떨어진 마트에서 직접 생수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다. 경제적 어려움에다 건강상 문제로 생수 구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 오염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옥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 실상이다.

이 마을로 이사 온 주민 A씨는 “수돗물에서 시커먼 물이 나와 상하수도사업소에 즉각 알렸다. 담당직원도 깜짝 놀랐다. 주민들이 2년 넘게 망간물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경악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옥천은 지천이 물인데 안전한 수돗물하나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억울할 정도”라며 “하루빨리 안전한 물을 마시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관계자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질검사 자료를 보면 어떤 때는 이상 없이 적합 판정이 나온다. 아마도 지하수가 지상으로 나오면서 빈 공간에 다른 물질이 채워지면서 발생되는 현상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며 “대체관정을 개발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주민 C씨는 “부적합 판정이 나온 후 2년이 경과했다. 어르신들이 오염수를 마시는 지난 2년간 옥천군은 무엇을 했냐”며 울분을 토했다.

대체관정이 마련될 때까지 옥천군 생수 ‘꿈엔수’ 공급은 안 되는 걸까?

군 관계자는 “군이 생산하는 ‘꿈엔수’를 이 마을에만 특별히 공급할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
계곡수 대장균에 이어 망간이 대량 섞인 지하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수년 간 마셔온 주민들. 그동안 이 사실을 알면서도 대체관정 개발에 지지부진한 옥천군. 기자가 지난 20일 확인한 물탱크 바닥에는 며칠 전 청소했다는데도 시커먼 침전물이 대량 가라앉아 있었다. 행정에 지치고 오염수에 상한 주민들의 심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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