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옆에서 쉬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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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옆에서 쉬다 가세요”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9.0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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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분재 전문가 궁촌재농원 이대준 대표
농기센터 등 3곳서 지역민에게 기술 전수

궁촌재농원(대표 이대준) 650여 평 70여 자두나무엔 잘 익은 자두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9월이 다되어 수확이 가능한 추희라는 품종의 자두나무는 알이 크고 단맛이 강하며 뒷맛은 알맞게 신맛이 감돌았다. 지난해엔 600여 상자 첫 수확을 했다. 올해는 1000 상자 수확을 예상했으나 봄에 동해를 입고 한여름 사상최고의 폭염과 가뭄으로 300상자 정도 수확만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추희는 자두 껍질이 두꺼워 한 달 하고도 15일 이상 냉장보관이 가능하다. 이곳 농원에 자두(추희)는 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수확하자마자 팔려나간다고 했다. 농원에 직접 방문하는 이도 있고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다. 자두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궁촌재농원을 방문해 이대준(70) 대표의 국화꽃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국화 매력에 빠진 남자
하나의 국화분재를 만들기 위해 궁촌재농원 이대준 대표는 봄부터 국화에 매달린다. 국화꽃을 만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는 손끝에서 국화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운 모형으로 피어났다. 국화분재 만드는 것에 빠져들어 서울 우이동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청성면 궁촌리로 찾아든 지 7년째다. 그는 취미생활인 국화 분재를 마음껏 가꾸고 싶어 궁촌재농원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작품 하나하나 손끝에서 나오는 작품이 꽃이 피면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현재 그는 옥천군농업기술센터와 동이면 적하리 김낙중 씨 집, 청성면 버섯단지 지역 등 3곳에서 국화분재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오는 11월11일 ‘농민의 날’ 행사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90여 점 국화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10월26일에는 동이면에서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작품이 동이면 면사무소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대준 대표는 올해로 4년째 국화분재교육 강의를 맡아 해오고 있는데 현재 수강생은 50여 명에 이른다.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도 작품에 꽃이 피고 완성되면 흐뭇해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국화분재는 우울증 예방에도 좋고,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국화 향을 맡으며 집중하다 보면 언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2~3시간이 훌쩍 가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10년만 젊었으면 원이 없겠다며 할 게 너무 많이 있다고 했다. 국화분재도 머릿속에 구상한 다양한 모양의 것들에 도전해 보는 게 꿈이라며 건강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국화 분재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다 가르쳐주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전시도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국화분재는 이렇게…
국화의 번식과 재배방법은 다음과 같다. 수형관리봄철(3월 하순~4월초) 꺽꽂이 번식을 시키고 작은 화분에 옮겨 심는다.(5월), 병해충 방제 및 수형관리 실습을 2주 간격으로 9월까지 이루어지며, 수형형태에 맞는 전시화분에 옮겨 개화관리와 이끼 올리기 등을 한 후 국화분재전시회를 갖는다. 국화분재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분재수형을 가꾸는 것으로, 적심(순자르기)과 가지를 유인하는 과정이 있다. 자연에서 수십 년 세월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나무의 수형을 1년 과정을 통해 국화로 표현할 수 있다. 국화분재를 배우는 과정은 몸을 직접 움직이며, 가꾸는 것을 통해 국화의 좋은 향을 맡을 수 있고 자라는 것을 세밀하게 볼 수 있다. 선선한 가을이 되어 화사하게 핀 꽃을 보는 만족감으로 스스로에게 마음의 정화를 느낄 수 있는 정신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참고로 국화향기는 정유성분과 약물성분들이 있어 치료요법에도 이용된다.

△ ‘궁촌재농원’으로 들어서는 길
농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오랜 가뭄에도 불구하고 터널처럼 만들어놓은 곳에 붉은 단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덩굴마도 자라고 있었다. 자연석에 가까운 바위에는 ‘궁촌재 농원’이란 명조체 글씨가 정갈하게 쓰여 있고, 나무 현판에는 ‘국화 옆에서 그냥 쉬었다가세요’라는 친절한 내용의 메시지가 보였다. 모두 이 대표가 직접 쓰고 제작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 벌리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황토방을 짓기 위해 구들장을 놓았다고 했다. 구들장만 놓고 일손이 없어 아직 벽을 쌓지 못한 상태라며 겨울에 “아내가 따뜻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충청북도 야생화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이 야생화에까지 마음을 가게 했다”며 미소 지었다.

△ 7년째
옥천에 내려온 지 7년째라고 했다. 그는 “옥천은 살면 살수록 좋다”며 “산 좋고 물 좋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심이 좋다”고 말했다. “궁촌리 사람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감싸주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궁촌리에 33가구가 귀농· 귀촌자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국화분재 만들기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싶어 했다. 여건이 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국화만 만지고 살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했다. 국화를 키우고 가꾸면서 인생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그의 국화 사랑이 꽃으로 만개할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작품이 얼마나 화사한 향기를 퍼뜨릴지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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