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떠나야 하는 현실…고개 떨군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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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떠나야 하는 현실…고개 떨군 독거노인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9.13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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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독거노인 2480명 중 여성 2035명 82% 차지
컨테이너·천막·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환경
집수리는커녕 병원비조차 없어 고통 견디는 노인들
안내면 한 독거노인 주택에 대충 세워진 조립식판넬과 바람막이 비닐이 찢겨져 있어 조석으로 싸늘해지는 바람이 걱정스럽다. 외부화장실 문마저 고장나 있어 이용이 불편한데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해 이곳이 사람 사는 집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 30년 전 혈혈단신으로 찾아 온 내 고향 안내면. 거처할 곳조차 없던 A 할머니는 당시 먼 친척이 비워둔 곧 쓰러질 듯한 오두막도 고마울 뿐이었다.
할머니는 어려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아버지께서 일제 강점기 서울 종로구청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다 군서면장으로 부임하기 직전 일본경찰에 끌려가면서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50대 중반 이였던 귀향 당시만 해도 몸은 건강했지만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은 거동조차 힘겹다. 마당에 잡초가 무성해도 그저 한숨으로 바라만 볼뿐이다. 겨우 쌀을 씻고 밥은 지으나 문제는 밑반찬.

다람쥐택시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밑반찬 하나라도 받을 량이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함이 앞선다. 세탁기가 고장나 사용할 수 없을 땐 수리까지 해준 고마운 분이다. 얼마 전 거센 바람에 외부화장실 문이 고장난 채 열어놓고 사용할 수밖에 없어 여성으로서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다가오는 겨울이다. 대충 외벽으로 세워진 조립식판넬과 바람막이 비닐로는 집안이 너무 추워 한겨울을 보낼 수 없다. 게다가 보일러까지 고장난지 오래여서 겨울 방안은 실외나 다름이 없단다. 한 발짝 때기도 힘든 상황에 동장군을 피해 서울로 겨울나기 떠나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란다. 할머니의 삶이 가슴을 내리친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A 할머니처럼 홀로 사는 독거노인은 관내 2480명에 달한다. 이중 여성이 2035명(82.1%)으로 독거노인 10명 중 8명이 여성이다. 옥천읍이 699명(28.2%)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이원면 371명(15.0%), 청산면 301명(12.1%), 청성면 254명(10.2%), 동이면 213명(8.6%), 군북면 177명(7.1%), 안내면 174명(7.0%), 군서면 156명(6.3%), 안남면 135명 (5.4%) 순이다.

옥천 독거노인들의 생활수준은 참혹할 정도다. 복지관이 지난 3월 한 달간 독거노인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자가에 거주하고 있으나 전·월세 거주자도 6%에 이른다. 그나마 이들은 다행. 컨테이너 거주자도 8명에 이르며, 심지어 천막이나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노인도 있다. 벽과 천정, 기둥에 금이 간 주택(1181명)도 있다. 습기로 방이나 부엌, 거실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곰팡이 집에서 사는 노인도 1299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경제적 능력. 그나마 일을 해야 돈을 벌수 있지만 한 달 동안 1시간도 일을 못한 노인이 2071명으로 전체 10명 8명 이상이 돈벌이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공과금 체납에다 여름·겨울철 냉난방을 못하는 가구도 절반이상이다. 더더욱 서러운 것은 아파도 병원비가 없어 참는 노인만도 26.1%다. 옥천 독거노인들의 실상이다.

이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서비스는 A 할머니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이 밑반찬(31.5%)이다. 다음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말벗서비스(18.1%), 건강관리서비스(10.7%), 일자리(10.6%), 사회교육(9.6%)순이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지역연계팀 정창순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는 매년 20가구 독거노인 주택을 수리하고 있다. 난방유의 경우 지난 해 가구당 적게는 20만 원에서 40만 원까지 9가구를 지원했다”면서도 “자금이 부족해 지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특히 면 단위 거주가구는 수도나 전기가 고장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지만 복지관 차원에선 지원할 수 없어 타 기관에 의뢰해 처리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복지사는 “지역 여러 봉사단체 등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도 “이들 단체들과 서로 연계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복지관의 자원과 봉사단체의 자원을 서로 공유해 연계·협조지원이 이뤄진다면 더욱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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