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 / Coffe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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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 Coffee Tree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09.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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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세계 200 여러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가 커피 소비량이 자그마치 세계 6위라는 신문기사를 작년 11월에 접하고  깜짝 놀랐다.

미국은 2차대전후 남아돌던 씨 레이숀(C-ration=野戰食=전투용 식사)과 한국전쟁이 승자 없이 휴전으로 끝나자 처치 곤란한 씨 레이숀을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 선물 겸 잉여물자 공여식으로 거의 무제한으로 한국에 공급해 주었다. 전쟁으로 황폐된 산하에서 근근이 연명하던 한국인들에게는 무상으로 공급된  씨 레이숀이 시골 산간벽지까지 풍성하게 배급되어 잠시나마 줄인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전쟁 직후 행정기관이 허술 하기 짝이 없어 먼저 보는 이가 임자이던 그 당시에 중간에 새고 새어서 왔을 텐데도 이렇게 필자가 사는 말단 옥천 안남 깡촌까지 온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미국의 가공할 물량에 경탄(驚歎)을 금할 수 없었다. 
온갖 통조림과 비스켓, 과자, 껌, 소금, 커피봉지, 심지어 휴지까지 들어 있어 좋아들 했었는데 그중에서 유독 커피만이 천덕꾸러기였다.
너나없이 영어를 모르는 까막눈 일색이기에 무심코 개봉 후 입에 넣었다가 너무나 써서 모두가 혼줄이 났던 것이다. 소태를 씹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얻어먹던 주제에 할 말이 있다고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쓴 것을 무엇이 좋다고 먹어”하면서 내던져 버렸던 것이다. 그런 우리들이 지금은 한결 같이 식사가 끝나면 약속이나 한 듯 “이제 커피 마셔야지” 한다. 격세지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휴전직후 다방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생겨 만남의 장소와 자기 지위를 과시하는 장소로 되었다.

다방에서 사용하는 커피가루는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어린애 분유통만한 통에 들어 있었다.
파란 겉면에 커다란 글씨로 ‘M J B’라고 쓰여 있는데 ‘M’은 아라비아반도 예멘의 모카(Mocha), ‘B’는 브라질(Bralzil), ‘J’는 인도네시아 자바(Java)섬을 뜻하여 각 커피의 원산지를 의미한다.
아침에 다방에 들리면 모닝커피(*커피에 계란 노란자를 넣은)를 시켜놓고 레지 아가씨를 불러 카네이숀과 설탕을 듬뿍 치라며 거들먹대던 어깨들이 많았었다. 그 당시에 프림은 고사하고 설탕은 어느 일반 가정에도 없는 귀중품으로 병석에 누워야만 약으로 맛 볼 수 있는 환자의 특권이었다.

이 케네이숀이란 것은 미국 카네이숀사에서 제조된 우유를 진하게 농축한 프림을 뜻하며, 프림의 대명사가 되어서 프림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회사 이름인 카네이숀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가 등장한 것은 고종이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1896년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하여 러시아 공사 웨베르가 대접한 것이 처음이다.
이어서 1902년 정동에 있던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인 손택호텔 내에 ‘정동 구라부’라고 명명한 것이 우리나라 다방 1호에 해당한다.

커피나무는 식재 후 2년이면 하얀 꽃이 개화하고 3년이면 빨간색과 노란색의 열매가 열린다.
그것을 햇빛에 말려서 볶은 후에  빻아서  끓는 물에 넣으면 카페인이 2% 함유된 커피가 된다.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가 소속 된 팀이 산토스팀이다.

산토스(Santos)는 상파울로(Sao paulo)에 인접한 커피 수출항이며, 단일 품목으로 브라질 수출의 40%나 점하여 막대한 부로 산토스팀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여 브라질은 물론 세계적인 팀으로 육성 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이 커피를 장악하고 있는 집단이 일본인 3, 4세로서 상파울로는 말 할 나위 없이 전 브라질 경제권을 쥐고, 세계 커피시장을 뒤흔드는 세력이 100 여 년 전에 농업이민으로 온 일본인 후예들이다. 하와이, 캘리포니아에 이어 중,남미 지역은 일본인 후예의 힘이 막강하다. 필자가 처음으로 자바의  자카르타(Jakarta)를 간  것은 1981년 이었다. 호텔에 비치된 커피도 탕끼만한 하고 어떤 곳에선 작은 사발에 담겨온 커피를 먹고 기절초풍 했다.  너무나 쓴 한약 마시는 꼴이므로 이후로는 말레시아나 인도네시아에 거래처에 가면 아예 한약을 갖고 오라고 농담조로 얘기 했다.

1984년 스페인 바로셀로나 가구전시회를 보고 현지 목공기계공장을 견학 했다. 사장과 대화중에 커피 얘기가 나와 모카커피 진수를 보여 주겠다며 그의  자가용 비행기로 지중해를 마주한 지척인 모로코(Morocco)로 데리고 갔다. 카사브랑카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틀라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궁전 같은 별장으로 안내 받았다. 짙푸른 지중해를 조망 하면서 모카커피 특유의 은은한 향을  음미함은 남자의 로망일까!
카사브랑카(Casablanca)의 고즈넉한 카페에서 버그만아 좋아했던 ‘세월이 흐르면’을 들으며 커피에 취해 보았다.

우리가 일상으로 마시는 커피믹스는 커피원두 한 톨 나지 않는 스위스가 인스턴트커피의 원조인 스위스 네슬레사에서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근성과 카네이숀(프림), 설탕을 좋아하고 조바심이 많은 심리를 이용하여 한국인 입에 맞춘 다국적 기업의 놀라운 상술의 소산이다. 커피는 산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가공했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첨가물 없이 블랙으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정석으로, 그런 의미에서 커피를 제일 맛없고 품위 없게 마시는 사람들이 대다수 우리 한국인들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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