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질병, 상지교차증후군과 어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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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질병, 상지교차증후군과 어깨병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09.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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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인류 문명의 긴 역사 속에서 오늘날처럼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살았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마음이 겸손하다는 뜻은 아니다. 요즈음 지하철이나 카페 등에서 허리는 앞으로 굽히고 고개는 떨군 채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거리에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 온통 정신을 뺏기고 걸어가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수구리족’이니 ‘스몸비(스마트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장시간 이런 자세를 취할 때 신체의 근육들이 거기에 적응되어 가슴부위의 대흉근이나 소흉근과 같은 근육들은 긴장되고 짧아지면서 날개뼈(견갑골)를 앞쪽으로 당기게 된다. 이로 인해서  어깨가 앞으로 둥그렇게 말리고, 등은 굽어지고 머리는 앞으로 내민 일명 라운드숄더(round shoulder)가 된다. 사실 이러한 자세는 도시에서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농사일, 그것도 앉아서 밭일을 하는 분들에게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상지교차증후군(upper crossed syndrome)’을 유발한다. 이 증후군은 가슴 앞 부위 근육뿐만 아니라 그 근육들과 대각선으로 교차하여 목 뒤편과 등 위편에 있는 승모근이나 견갑거근의 과도한 긴장 때문에 나타난다. 그 결과로 등 부위의 견딜 수 없는 통증이나 두통, 불면증, 우울증 같이 광범위한 증세가 나타난다. 즉 등과 목 부위 근육의 과도한 경직상태는 주변의 혈관을 눌러 혈류를 차단하거나 신경을 직접 압박하여 직접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거나 그 보다 떨어진 머리의 두통이나 팔 저림과 같은 감각이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상지교차증후군의 문제는 어깨에도 나타난다. 어깨는 우리의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할 때도 잘 이용된다. 예를 들어 ‘어깨가 무겁다 또는 가볍다’, ‘어깨가 축 쳐졌다’, ‘어깨를 으쓱거린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만큼 어깨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선 어깨는 인체에서 가장 운동범위가 넓어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유일한 관절이다. 이렇게 가동범위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그 운동성을 뒷받침할 안정성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깨관절의 전체 운동범위를 모두 이용해서 팔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어쩌다 버스의 손잡이를 잡느라 팔을 어깨 위로 올릴 뿐이다. 또 두 손을 몸 뒤로 돌려 맞잡는 것 같은 동작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어깨관절 부위의 힘줄이나 인대, 연골조직의 유착이 일어난다. 또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날개뼈에 붙어있는 여러 근육들이 순차적으로 서로 협응하는 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오랜 기간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지 않다보니 스무드한 신경과 근육의 협응과정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잘못된 자세로 인해 라운드숄더가 되어 있다면 탈이 난다. 즉 라운드숄더에서는 어깨관절에서 날개뼈와 위팔뼈가 수평면에서 이루는 각도가 정상상태를 벗어나게 된다. 그 상태에서 팔을 올리게 되면 날개뼈의 견봉과 위팔뼈 사이의 공간이 좁아져서 그 사이를 지나는 회전근개와 같은 힘줄이 뼈와 반복해서 닿으면서 상처가 나고, 염증을 일으키거나 끊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요즘 흔히 나타나는 ‘어깨충돌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수시로 몸을 펴주는 스트레칭이 좋다. 특히 조심할 점은 체력센터 등에서 혼자 운동하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하여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본다. 즉 과긴장된 근육은 이완시켜주고, 약화된 근육은 강화시켜주는 운동을 통해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잘못된 운동은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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