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옻 작가와 옻의 고장 옥천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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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옻 작가와 옻의 고장 옥천의 만남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0.04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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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공예작가 정해조·도경애 부부의 고향이야기
“옻 기술과 지식 고향 위해 쓰겠다” 뜻 내비쳐
귀촌인 옻칠공예 작가 정해조, 도경애 씨 부부.

정해조(73) 작가의 작업실은 군서면 금산 2길에 있다. 장령산 자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2층 그의 작업실 열어놓은 창문으로 계곡물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작가는 그의 아내 도경애(66) 씨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곧 ‘LOEWE FOUNDATION’에 전시할 작품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편안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LOEWE’ 전시는 매년 세계 각 갤러리에서 올해의 추천 작가들을 선정,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 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정 작가는 옥천읍 대천리에서 나고 자라 중학교까지 다녔다. 대전 보문고와 197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1년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배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퇴임하고 고향 옥천으로 작업실을 옮겨 작업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는 배재대 명예교수, 중국강서사범대학교 객좌교수, 해조옻칠연구소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1998년 타이완에서 세계칠예전, 2005년 중국에서 중국현대칠예전 초대 출품, 2006년 일본에서 일본&한국 칠예전, 2007년 한국&터키 미술교류전, 중국하문 국제칠화초청전, 2008년 미국에서 제33회 필라델피아 크래프트쇼, 2010년 프랑스에서 메종&오브제 2010 가을, 2011년 프랑스에서 한국공예초대전 등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이름이 알려지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태로 한시도 작업 활동을 쉴 수 없을 만큼 바쁘다고 전했다.

정 작가의 ‘오방색광률’ 작품은 오로지 삼베와 칠만으로 이뤄져있다. 한국의 전통 작물인 삼베를 천연 옻에서 채취한 생칠로 겹겹이 이어 붙여 굳힌 것으로 파도를 연상케 하는 리드미컬하고 비정형의 주름들이 만들어내는 유연한 형태로 구성. 오랜 시간과 정성을 통해서만 빚어낼 수 있는 선명하고 깊이 있는 한국 전통오방색과 각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을 뿜어내는 옻칠 특유의 빛의 리듬을 보여준다.

정 작가가 대전에서의 작업 공간을 옥천으로 옮긴 것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대청댐이 있어 청정지역인 이곳에서 옻나무가 잘 자라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여러 문헌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옥천에서 옻이 많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주말마다 옥천을 돌아다니며 옻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원·군북·안남·안내·동이면에서 옻이 많이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유휴지에 옻나무를 심으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제안을 했고 이 기획이 받아들여져 2005년 12월 6일 특구지정을 받은 군에서 40만주 이상 옻나무를  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0여 년 간 공부한 옻 기술과 지식을 지역을 위해 제공하고 싶은 뜻과,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

함께 옻 공예 작업을 하고 있는 그의 아내는 옥천으로 오는 것에 처음에는 반대했다. 도시에서만 생활해 온 그녀는 시골생활에 엄두가 나지 않은 것. 이사 와서 소외감과 적적함에 유배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옥천생활 7년째. 그녀는 누구보다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군서농악회, 난타, 사물놀이 공연으로 지역 축제에 참가하는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군서면생활개선회 회장 겸 옥천군생활개선회 총무로 봉사하는 등 지역과 마을 일에 앞장서고 있다.

도 씨는 “시골에 오니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며 “도시가 물질 중심의 삶이라면 이곳은 자연 중심의 생활로 마음이 더 푸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씨앗은 하나를 심으면 풍성하게 많은 것이 생기니 주는 게 쉬워져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줄 수 있어 행복한 것을 이곳에 와서야 많이 느낀다는 그녀는 “사람이 귀하다. 나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하게 된다”는 말로 옥천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정 작가 부부의 옥천 작업실은 세계로 뻗어가는 전시 작품 만들기에 지금도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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