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뛰려면 팔을 크게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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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뛰려면 팔을 크게 움직여라
  • 박은주 시인
  • 승인 2018.10.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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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시인

사무실에 오래 앉아있으면 몸이 굳어서 가끔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어깨와 허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왼쪽, 오른쪽으로 더 잘 돌리려면 시선을 손끝에 놓으라고 한다. 고개를 젖힐 때도 시선을 멀리 두면 몸이 따라간다. 내가 지금 움직이려는 것은 팔다리인데, 상관없을 것 같은 신체부위가 다른 부위를 움직이게 한다.

달리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달리기 시합에서 빨리 뛰려면 팔을 크게 움직이라고 한다. 달리기에서 팔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팔을 크게 움직이면 발도 따라서 빨리 움직이게 된다. 몸의 모든 기관들이 연결되어 있듯 우리 몸과 사회도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한쪽을 건드리면 전혀 다른 쪽에서 반응이 나타난다.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서 병원에 가보니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깨 근육이 굳어 뇌로 가는 혈관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문제가 있다고 그 문제만 보고 달려들면 군데군데 땜질하는 식이 되고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구멍에서 물이 샌다고 벽에 시멘트만 발라놓으면 물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간다. 우리 몸과 건강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예술이 대중화, 보편화되고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교육부에서는 취업률을 근거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요한다. 과학기술분야에서는 우리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때가 되었다고 하지만 순수과학은 대학에서 조정대상이 된지 오래이다. 교육부의 평가를 받는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안 나오는 예술이나 순수과학 관련 학과를 없앨 수밖에 없다.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느라 그것만 바라본다. 서로 뜻이 다르고 정책이 이어지지 않으니 몸의 각 부분이 따로 노는 것 같다.

학생들이 수험공부만 하느라 책을 안 읽으니 논술시험을 보겠다고 하자 논술학원만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인적성검사를 하지만 그것도 인성과 적성을 파악하는 문제들이 아니다. 작은 방에 갇혀서, 도서관 칸막이 한 칸에 숨어서 시험문제만 풀던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세계적인 콘텐츠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창의력이 필수이니 창의력을 교육하겠다고 하지만 사라진 창의력이 교육으로 복구될 수 없다. 처음부터 창의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책이라고 몇 년 전부터 내놓는 정책도 그러하다. 아이를 낳으면 지원금을 준다고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오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교히 맞물려있는지 알 수 있다. 보육여건에서부터 공교육의 문제, 학연․지연의 문제, 노동시장의 성차별과 소득분배의 불평등까지 여러 문제들이 사슬처럼 엮여있어 한 가지만 보면 헛발질이 되고 만다. 멀리 보고 크게 봐야 하지만 의사결정권자는 임기 내에 드러낼 가시적인 정책에만 급급해 한다.

지금 보이는 문제가 전부가 아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수십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있다는 표시이다. 아무리 벽지를 바꾸어도 곰팡이가 계속 생긴다면 벽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곰팡이를 닦아내도 계속 곰팡이가 뒤덮는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선을 멀리, 다른 곳으로도 던져야 한다. 빨리 뛰려면 발과 상관없어 보이는 팔을 크게 흔들어야 하듯 지금 내게 닥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과 연결된 다른 부분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안고 산다.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하게만 살다가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므로, 어떻든 문제에서 문제로 해결책을 찾으며 살아야 한다.

10월이 시작되었다. 2018년도 이제 석 달 남았다. 한 해가 시작되면서 다짐하고 계획했던 일들 중에서 이루지 못한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남은 시간이라도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을 보면 문제의 해결책이 보일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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