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멘티와의 대화(5)
상태바
멘토와 멘티와의 대화(5)
  • 임주묵 미국재무위험관리사
  • 승인 2018.10.18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주묵 미국재무위험관리사

운명의 여신은 끈기와 인내력이 있는 사람과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처음 맞이한 3월의 교정은 따스한 햇살과 노란 개나리의 교태로움으로 화사했지만 눈보라 치는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었다. 비록 멘토의 조언을 받아들여 복학하긴 했지만,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독일어가 미래에 직업을 구하는 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있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를 만들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간 잠재적 경쟁자들을 앞설 수 있을 거야

당시에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서울대 법대 출신의 초등학교 동창은 처음엔 처절한 좌절감을 안겨줬다. 신은 어찌하여 그에겐 비범함을 나에겐 너무나도 평범함을 주셨을까? 나는 운명의 여신을 향해 원망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것은 어쩌면 샬리에르가 모차르트에게 느꼈든 감정과 동일 하리라....

하지만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렸다. 그것은 ‘오기’ 였다. 운명의 여신이여.... 언젠가는 당신이 나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리라..

객관적으로 당시 나는 인생의 출발선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그의 비상한 두뇌를 차지하더라도 중.고시절을 내가 방황할 때 그는 온 힘을 다해 공부했으니까. 양적인 차이에서도 이미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어떻게 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솔직히 그 당시엔 너무나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다. 그래, 최소한 영어, 독일어에서만큼은 서울대생에게 필적할만한 수준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당시를 회고해 볼 때 당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교육의 비대칭성이 존재했다. 당시에 대학교임에도 도서관이 없었다. 겨우 강의실 두 개를 헐어 열람석 좌석이 200석도 채 안 됐다. 시험 기간을 제외하곤 도서관은 휑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다. 막상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주위에 조언해줄 만한 사람 한 명 없었다.

그래서 무모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시 이재옥 토플 강의 새벽반에 등록해 수강했다. 30년 전엔 성문기초, 성문기본영어, 맨투맨, 성문종합영어, 이재옥 토플 등의 난이도 순이다. 기초도 없는 사람이 최고 난이도에 도전 한 것이다. 그 과정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마냥 불편하고, 나 자신을 더욱더 움츠러들게 했다. 마치 빗방울이 바위를 뚫으려 애쓰는 보기에 따라서는 우스꽝스럽고 꼴불견이었다

나의 바람과 달리 영어, 독일어 공부에 대한 진척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처음의 열정과 패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초조함과 조급함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것은 마치 무협지에서나 나올법한 ‘진’에 갇혀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도는 것 같았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국, 2개월 과정의 독일어 어학연수를 선택했다. 처음 배정된 레벨보다 두 단계 높은 중급반에 떼를 써서 들어갔다. 상상했던 것보다 유럽 학생들이어서인지 수준이 상당했다. 창피하게도 수업 시간 내내 귀머거리였으며 벙어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2개월 동안 한 것이라고는 기숙사에서 방콕하며 단어암기와 그 이외에는 랩실에서 교재 테이프를 수십 번 이상 들은 것 이외에는 한 것이 없었다. 어쨌든 한국어를 완전히 차단해서인지 2개월 후엔 짧은 문장은 독일어가 먼저 떠올랐다.

수업 마지막 날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말문이 트이고 거짓말처럼 귀가 뻥 뚫렸다. 임계 질량이 법칙이 적용된 것이었다.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가 아니다. 포기했을 때 비로소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실패자는 자신의 임계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온도계’가 없다. 상당수는 중간에서 50도~70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포기한다. 소수는 안타깝게도 섭씨 99도에서 마지막 1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하늘을 원망한다.

나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하늘이 나를 버렸노라고... 결국, 체념과 실패의 늪에 빠진다. 이렇듯 자신의 성공에 대한 ‘100 ’신념 그리고 그 신념을 초지일관 지켜나갈 수 있는 끈기와 인내가 수반 되어지 만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만약에 1도만 더 분발했더라면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겠지만 극소수의 사람만이 성공의 문턱을 밟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