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불한당, 자유기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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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불한당, 자유기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10.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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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자유기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다. 이름이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고의 악당이다. 이 녀석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이상한 관습과 규칙이 있는 어느 마을을 가정해보자. 이 마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양 손에 팔찌를 하고 다닌다. 또 이 마을에선 팔찌를 잃어버리면 마을의 대소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이 있다.

그런데 때때로 누군가 한쪽 팔찌를 분실하는 사건이 생긴다. 이런 일이 생기면 대부분은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팔찌를 찾기 위해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혼자 날뛰다 제 풀에 지치면 좋겠지만 기어코 다른 사람의 팔찌를 빼앗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마을은 평안할 날이 없다. 즉 팔찌를 빼앗긴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팔찌를 강제로 빼앗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자유기란 이렇게 한 쪽 팔찌를 잃어버리고 다른 이의 팔찌를 빼앗으려고 돌아다니는 악당으로 비유할 수 있다. 

자유기를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전자를 잃어버려서 한 개 이상의 쌍을 이루지 못한 전자를 갖고 있는 원자를 말한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팔찌이다. 이 전자는 원자핵의 주위 궤도에서 쌍을 이루어 안정되려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원자에 따라서는 전자를 잃어버려서 쌍을 이루지 못할 때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즉 전자를 잃어버리고 다른 원자로부터 전자를 빼앗으려는 매우 활성화된 상태가 된 원자를 ‘자유기’라고 한다.

이 자유기를 악당이라고 하는 이유는 암, 동맥경화, 알쯔하이머병, 파킨스씨병을 비롯하여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노화와도 깊은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악당이 전자를 빼앗는 과정에서 세포막을 공격하여 세포막이 손상되면 물질이동의 장애가 발생한다. 또 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를 공격하면 에너지대사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되며, 세포핵 안의 DNA에 손상을 입히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암을 유발한다. 이러한 손상을 일으키는 자유기의 공격은 ‘산화적 스트레스’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우리 몸에서 팔찌를 잃어버리고 날뛰는 불한당들이 많이 나타날까? 자유기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발생한다. 또 자유기는 외부요인에 의해 만들어 진다. 예를 들면 알코올, 흡연, 살충제, 미세먼지와 같은 공해물질을 들 수 있다. 또 튀긴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했을 때,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생성된다.

인체가 이 불한당의 행패에 방어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자유기의 공격에 대해 방어 작용을 갖고 있는 영양소를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어 작용을 ‘항산화작용’이라고 하는데, 그 방어하는 방법이 꽤 숭고(?)하다. 즉 항산화영양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전자를 마구 날뛰는 자유기에게 내주어서 진정(불활성화)시킨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전자를 잃었지만 악당이 되지 않고 점잖게 자기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항산화작용을 갖고 있는 영양소는 채소나 과일에 많다. 대표적으로 베타-캐로틴, 루테인, 리코펜 등이 있는데 채소나 과일에 빨강, 주황, 노랑, 보라, 자주색과 같은 색을 갖게 하는 성분이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 토마토, 브로콜리, 시금치, 당근 등을 들 수 있다.

또 하나 인체가 자유기의 공격에 방어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이미 세포나 혈액 안에 있는 ‘항산화효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항산화효소들의 활성도를 크게 증가시킨다. 반대로 말하자면 운동을 멀리하고 체력수준이 낮으며, 채소를 싫어하고 인스턴트식품을 즐겨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면 자유기의 습격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너무 과도한 운동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생성된 자유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점진적인 운동을 통해 서서히 체력수준을 올려서 항산화방어력을 높여가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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