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투병 속 예술혼 불태우는 ‘송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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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투병 속 예술혼 불태우는 ‘송영희’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0.18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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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가죽공예 공간 ‘예랑공방’ 운영
인문학 멘토링 튜터·미술교육사 강사
국제공공환경디자인 어워드 특별상 수상

미술교육사 송영희(39) 작가는 3기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쉬어야한다는 주변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서 쉬는 건 인생이 아니다’고 생각해 2017년 그토록 원하던 작업실 겸 공방을 오픈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부터 그녀의 꿈은 예술가였다. 집안의 반대에 못 이겨 영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던 것. 25세 때 결혼하고 대전에서 옥천으로 온 그녀는 29세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격려해 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앙대 문화예술 교육원에서 미술교육사를 전공하고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꿈과 열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편집자 주>

△ 일은 하나의 놀이이고 치료
최근 5년 동안 송영희 작가의 문화예술 교육경력은 수도 없이 많다. 만들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그녀에게 일은 하나의 놀이이고 치료인 셈이다. 2011년부터 ‘여성을 위한 아카데미’ 교육부터 ‘예쁜 글씨 취미반’, ‘충북 문화예술 플랫폼 사업’ 예술 강사활동, 옥천 우수 강사 보조사업 4위 채택, 충북 문화예술 플랫폼 4회 활동, 피오피 부분 평생학습협회 전문 강사, 동아리 활동 재능교육기부, 캘리그라피, 시화공예 전문 강사, 평생학습원 축제 ‘예쁜쌤’ 작품 전시, 옥천지역아동센터 강사 출강, 문화예술 미술교육사 과정 테마 강좌 교육 및 강의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한 한서대학교 문화예술캠프 ‘비빔밥’ 예술보조강사 참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충북문화재단 ‘인생나눔교실’ 인문학 멘토링 튜터로 활동, 현재는 미술공예와 가죽공예 ‘예랑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국제공공환경 디자인 어워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혈액암, 그러나 멈추지 않는 열정
송영희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pop자격증, 폼아트, 캘리그라피, 가죽공예 등을 배워 민간자격증을 취득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민간자격증이 아닌 중앙대 문화예술 교육원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 미술교육사 자격증을 따기에 이른다.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하던 중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중 혈액암 3기 판정을 받는다.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쉬어야한다’고 일하는 것을 만류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고 항암치료만 하는 것은 그녀에게 무의미한 생활이었다. 8차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청산복지관 수업은 오고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옥천복지관에서의 수업은 그대로 진행했다. 그녀는 “아팠지만 계속 나와서 수업을 했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이었다. 돈을 떠나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 하라”
송 작가는 2017년 10월18일 ‘예랑공방’을 오픈하고 이곳에서 공예 수업과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작업실에 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는 “지금 상황에서 주저하지 말고 그것이 무엇이든 꼭 해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나한테 손해 보는 듯해도 모든 걸 투자할지언정 하고 싶은 열망을 누르면 안 된다”고. “타인에게 피해주는 일이 아니고, 내가 지금 행복하다면 그것이 상업적으로 연결이 안 되더라도 자신의 갈증과 열망을 해결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주변 사람들이 공방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하는데, 그녀는 혼자 작업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만 옥천지역민들이 옥천에 이런 작은 문화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고 더 나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더 기쁠 것이라고 밝혔다.

△ 송영희 작가의 작품
작품1 ‘하우스푸어’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더 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분에 넘치는 욕심이 불러온 삶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 송 작가는 이러한 암울한 현실에 대해 직시하면서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작품2 ‘감정’에서 작가는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는 인간과 인간의 결합을 요구한다. 서로 다른 환경과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간이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런 과정이기도 하다. 즉 둘의 결합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사랑이란 미명하에 철저한 구속을 요구하기도 한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결혼의 구조는 어쩌면 가장 큰 갈등의 연속이기도 할 것”이라며 “작품 ‘감정’에서 혼자에서 둘이 되기까지 복잡한 심경과 결혼에 대한 갈등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작품3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에서는 “우리사회 큰 안타까움이고 슬픔이었던 현실에 대해 눈감을 수 없었다”며 “바다에 수장된 학생들의 영혼을 꽃으로 표현해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 작가 작품의 특징은 오브제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보이는 게 그림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아프고 나니 더 절실한 삶
송 작가는 “나는 숨 쉴 공간만 있다면 그것이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숨 쉴 공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이 한마디로 드러나는 듯 했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과분하고 버겁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뭔가를 늘 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겪는 딜레마가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나름대로 흥미롭게 즐기려고 매사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스팩과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한번 뿐인 인생, 아프고 나니 더욱 더 절실하게 살고 싶어지는 나의 인생을 응원한다”고 환한 미소를 날렸다.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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