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시간의 향기-머무름의 기술/한병철, 김태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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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시간의 향기-머무름의 기술/한병철, 김태환 옮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1.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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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아름다운 흐름을 느껴라
시간의 향기-머무름의 기술/한병철, 김태환 옮김

삶이 가속화 된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세월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 말이다. 한병철은 저서 ‘시간의 향기’에서 “삶이 가속화된다는 느낌은 실제로는 방향 없이 날아가 버리는 시간에서 오는 감정”이라고 했다. 시간의 원자화는 반시간성을 가져온다.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도 시간의 원자화에 기인한 것. 이처럼 시간의 분산은 지속성의 경험을 불가능하게 한다. 때문에 인간은 동일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물들도 금세 사라져 버리는 덧없는 존재로 자리 잡게 되고 이로써 인간 자신이 극단적으로 무상해진다. 공간과 시간, 세계와 공동의 삶을 상실해가는 세계의 결핍은 반시간적 현상이다. 그로인해 인간은 자신의 작은 육체에 매달리게 되고 그 육체를 건강하게 지키려고 악착같이 애쓰게 된다. 그것 밖에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육체의 건강이 세계와 신을 대신하게 되는 것, 죽음 너머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날의 현대인이 그토록 죽기 힘들어 하는 이유다. 인간은 나이만 먹을 뿐 늙지는 않는다. 이 책은 반시간성의 원인과 징후를 역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추적하고 있다.

작가 한병철은 시간의 위기를 초래한 조작 가능성의 세계관과 ‘활동적 삶’의 절대화를 비판한다. 그가 ‘활동적 삶’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사색적 삶’이다. 작가가 제시한 ‘사색적 삶’이란 행위를 멈추고 우리의 뜻대로 대상을 조작하고 바꾸어 버리려는 협소한 욕망을 잊어버리는 것. 그 순간에 드러나는 세계의 모습을 가만히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시간의 아름다운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것이 바로 한병철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가속화 현상은 세계를 인간 의지에 따라 조작하고 지배하는 활동적 삶을 인간 존재의 유일무이한 가치로 보는 세계관에 의한 결과다. 지칠 줄 모르고 변혁해 온 세계관에서 한발 물러나 세계의 뜻해 대해 사색하는 것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흥미로운 책이다. 바쁘다는 것에 함몰되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사는 우리들이 읽고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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