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하나가 내게 걸어들어 왔다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무심했다
깊은 가을날이었고
비 내리는 날 이었다
앞서 걷는 뒷모습을 뒤에 서서 바라보는 일이란
설레고 쓸쓸한 일이다
당신에게 기대어 걷는 잠깐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순간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 돌아갈 때까지
그렇게 종종 곁에 머물러 주기를 기도했다
물빛 깊은 산은 그리움이 넘쳐서 안개로 주변을 덮는다
조심조심 그곳으로 걸어가면
나와 당신만 남았다
안개로 모든 걸 가리는 이유다
때로 둘만의 눈빛을 남겨서
지상에서 견딜 추억 하나를 만든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을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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