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는 날개가 돋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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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날개가 돋친다
  • 김규나 대전문협사무차장 수필가
  • 승인 2018.11.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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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대전문협사무차장수필가

요즘 나의 관심사는 온통 군에 관련된 것이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아들이 군에 입소해서 훈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을 둔 부모마음이 이때처럼 노심초사하고 안타까울까 싶다.
그나마 요즘에는 군에 관련된 앱이 하나 있어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는데, 그곳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것이 어느새 일과가 되어가고 있다.


남동생을 군에 보냈을 때는 그냥 막연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아들을 군에 보내고 나서는 예민하게 폐부로 와 닿고 있다. 어쩌다 아들 목소리를 듣는 날이면 좋지 않았던 기분마저 좋아진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마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 마음은 동병상련일 것이다.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원치 않는 군에 자식을 보내놓고 안절부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뉴스보도를 접하고 왜 저런 유치한? 발언을 뉴스초점이라고 내보내서 부모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지 극소수의 사례를 가지고 마치 보편적인 현상인양 치부해서 하는 말이 몹시 귀에 거슬리다 못해 화가 난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말로써 상처를 입힐 때가 종종 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서 신음하듯 단순한 몇 마디의 말에 누구는 잠 못 들고 괴로워하면서 아파할지 모른다. 특히 그것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은 더욱 더. . .
개인과 개인 간에도 말로써 상처를 입으면 괴로워하는 법인데, 공중파를 이용한 방송을 통하여 입은 상처는 방송의 효력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행위는 시청률을 담보하기 위해 선정성 있는 장면을 여과 없이 공중파로 내보내는 방송의 위력을 이용하여 사랑하는 아들들을 군에 보내놓고 예민해진 부모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앵커란 이미지는 어떤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는 직업이다. 특히 어떤 단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할 때는 극소수가 그렇다고 해서 전체를 그렇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극소수인 현상을 들어서 그것이 마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군에서 훈련받는 장병들을 유치원생에 비유하고 것도 모자라서 군인들이 그리 나약해서 어떻게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느냐는 발언으로 마무리를 했다. 하여 지금 그 방송을 접한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방송사에 항의하는 전화를 하고, 사과방송까지 요구하고 있다. 앵커가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의 말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말이란 그런 것이다. 날개가 없는 것 같지만 생명력이 있어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 .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참고 견디는 우리의 아들들 그런 늠름한 아들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와 잘 견디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가 더 절실한 것이다.


얼마전 군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은 논란의 여지를 남겨서 주위에서도 찬성과 반대의 의견으로 갈린다. 나도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친구랑 나누다가 말하기가 싫어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친구말의 요지인즉 “지금은 예전의 군 같지가 않아서 요즘은 대우도 좋고 월급도 받는다고 하더라”...라는 카더라 통신에 나도 물래 부아가 치밀었다. 월급이라 해야 고작 삼십 만원 남짓 받는 것, 그것을 월급 받는다고 할 수 있나 싶어서였다. 알바를 해도 시급이 얼마인데...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카더라 통신처럼 군대 보낸 후 엄마들이 젤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남들 다 가는 거 걔만 가는 것도 아니고 잘 하고 올 거에요.” 잘 하고 올 거에요. 라는 말만 해도 될 것을 구지 남들도 다 하는 표현을 쓰면서 유난떨지 마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처럼 들리게 한다.


또는 요즘 편해져서 군대도 아니에요.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다. 개인의 자유 없이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이루어진다는 것과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참으면서 지내야하는 젊은 혈기의 고통을 그대들은 이해한단 말인가. 그러니 그저 내 일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지금은 내 일이 아니지만 먼 훗날 가까운 미래에 그것이 내 일로 다가올 날이 있을 것이다. 설사 그럴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란 부메랑처럼 다시 되돌아오는 법,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일은 하지 말자고 그 앵커를 향하여 크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군에 가서 훈련받느라 핼쑥해진 아들 사진을 보는 엄마 마음은 아리고 쓰리다는 것을 그래서 매순간 신경이 쓰인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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