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멘티와의 대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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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와 멘티와의 대화(6)
  • 임주묵 미국재무위험관리사
  • 승인 2018.11.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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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묵 미국재무위험관리사

우리는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주위 환경 탓이라고  끊임없이 불평만 할 뿐이다.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못한다.


어학연수는 나에겐 독일어 한에서는 약간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이재옥 토플은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는듯한 막막함과 공부할 양에 압도되어 질식될 것 같았다. 더욱이 공부하면 할수록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듯한 느낌은 나로 하여금 하루에도 몇 번씩 전부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나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었다.


중고 시절의 방황과 군대 생활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에 눈을 뜨게 했다. 게다가, 골목을 경계로 부촌과 빈촌이 나누어진 거리에서 소꿉놀이 하는데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아이들 스스로 사장, 식모, 운전기사 심지어 말투까지도 어른들을 모방한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젊은 시절의 게으름으로 미래의 아내, 아들, 딸에게 고통의 멍에를 씌울 수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쳐졌다.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가 되고 바위를 뚫은 것처럼 끊임없는 반복은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모시킨다.


공부를 시작할 때 ‘질’보단 양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것은 '무식함‘이었다. 마치 어떤 복서가 챔피언 벨트를 위해 ’링‘위에서 죽을 것이라고 하면서 관을 가져간 것처럼 말이다. ‘도서관’은 나에게 ‘링’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도서관에 불을 켜는 첫 번째였고 불을 끄는 마지막 학생이었다. 때론 멍 때리고 집중하지 못 한 채 의자에 영혼 없이 억지로 앉아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지독히 평범한 내가 비범한 친구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때는 생각했다.


새벽 잠자리에 기도 제목은 “신이시여, 제가 과연 내일 아침 눈을 뜰 수 있을까요” 였다.
내 기상 알람은 다름 아닌 가슴이 탁 막히고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었다. 다행히 한겨울 새벽 5시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가슴 통증은 사라졌다. 당시 나는 이재옥 토플을 분철해서 늘 손에 쥐고 있었다. 전부 암기가 목표였다. 시중에 강의 테이프를 구입하여 무식하게 들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은 느낌이었다. 순간 절망적 이어서 눈물을 훔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뇌를 두 쪽으로 갈라서 깨끗한 냇가에 먼지가 더께로 덮여진, 오염된 구성물들을 헹구고 싶은 충동이 매 순간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하루 중 마법의 시간이 있었다. 잠자리에 들 찰나이다. 눈을 감으려 하면 영어 문장들이 갑자기 옹담샘 샘물 솟듯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필기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3시가 훌쩍 넘었다. 아침에 필기한 영어 문장들을 보면 서툴고 엉망인데도 6개월 정도 반복되다시피 했다. 결국 2-3시간 정도 수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낮에 도서관에서 엎드려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워프(warp) 항법을 시도하다.
1995년 여름 중대 결정을 한다. 하버드 대학교 여름 계절 학기에 정치 철학 과목을 신청했다. 설렘과 두려움 반반이었다. 나는 언어를 배운다는 자체보다는 우수한 영재들의 학습방법, 분위기. 낯선 환경에서의 중압감과 이를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교재는 2개월 동안 홉스의 리바이던, 마키아벨리 군주론 등 6-7권 정도였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교수의 양해를 구해 강의를 녹음했고, 보충적으로 도서관에서 홉스 등 오디오로 녹음된 강의를 빌려서 들었다. 어쨌든 끝까지 버티어냈다.


주위를 둘러볼 때, 일생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운명에 맞서 굴복하지 않고, 이를 악물었던 사람들은 자신을 언제든지 변화시킬 힘을 갖게 된다.
비록 지금 이 순간 ‘실패자’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더 큰 도약을 위한 성찰의 시간이다. 결국 응축된 힘은 언젠가 화산 폭발처럼 용암으로 분출될 것이고 거인의 모습으로 우뚝 선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의식의 확장이 한번 일어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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