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의 기름수송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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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의 기름수송차량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11.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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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기름은 여전히 가정과 공장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 몸에서는 동물성이나 식물성 음식으로부터 얻어지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고속도로와 같은 도로에 기름수송차가 달리고 있듯이 우리 몸의 도로망인 혈관에서도 지방수송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 혈관을 달리는 지방수송차량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또 이 수송차량이 얼마나 많은지, 차량의 종류가 어떠한 비율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따라서 도로망(혈관)의 상태가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동물성이나 식물성 지방은 이 수송차량에 의해서 인체의 구석구석까지 운반되어 세포를 구성하거나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즉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우유에 있는 동물성지방이나 콩기름, 참기름, 올리브유와 같은 식물성지방은 섭취된 후 온몸을 순환하다가 결국은 일종의 커다란 집하장인 ‘간’으로 보내진다. 간에서는 이렇게 도착한 여러 종류의 지방을 단백질과 함께 섞어 둥근 입자로 만들어서 혈액으로 내보내게 된다. 바로 이 둥근 입자가 지방의 수송차량인데, 이것을 지단백질이라고 부른다.

간에서 지방을 단백질과 합쳐서 둥근 입자로 만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만일 지방을 섭취한 형태 그대로 혈액을 통해서 마냥 흐르게 한다면, 혈액의 수분과 기름은 섞이지 않기 때문에 지방이 혈액의 흐름에 따라 흐르지 않고 혈관 벽에 덕지덕지 붙어서 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간에서는 지단백질이라고 하는 특수한 지방수송용 차량을 만들어서 혈액의 흐름에 잘 흘러가게 만들어서 내보내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 내는 수송차량에는 우선 초저밀도지단백질(VLDL)과 저밀도지단백질(LDL)이 있다. 이 수송차량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지방을 인체의 여러 조직세포로 운반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저밀도지단백질은 인체에 꼭 필요한 지질의 운반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저밀도지단백질이 필요이상 너무 많은 것이 문제가 된다. 즉 혈액 중 저밀도지단백질의 수준이 생리적으로 필요한 수준보다 너무 많아지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하여 동맥경화의 위험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간에서는 고밀도지단백질(HDL)이라고 하는 또 다른 종류의 수송차량도 만들어 낸다. 이 수송차량은 일단 간에서 생산되지만 운행방향은 저밀도지단백질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HDL은 온몸을 순환하면서 혈관 벽에 붙어있는 콜레스테롤을 수거하거나, LDL로부터 콜레스테롤을 넘겨받아 간으로 다시 넘겨준다. 따라서 HDL이 어느 수준 이상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혈관의 청소작업이 잘 이루어져 동맥경화의 위험을 낮추어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간에서 LDL을 많이 만들고, HDL은 적게 만들까?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음주를 예로 들 수 있다. 술을 많이 먹으면 간에서는 정성들여 HDL로 만들지 않고, 저밀도지단백질만을 많이 만들게 된다. 간이 유독물질인 알코올을 먼저 처리하느라 지방을 제대로 처리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그밖에 총지방의 섭취량이 증가하거나 동물성지방의 과도한 섭취, 약물의 과다섭취, 트랜스지방, 스트레스, 그리고 운동부족이 혈액 중 LDL수준을 높이고, HDL수준은 낮추는 원인이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십 수 년 간 뇌졸중이나 허혈성심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정기적인 운동은 혈액 중 총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과 함께 LDL수준을 낮추는 반면에 HDL수준은 높여준다. 특히 달리기, 수영, 자전거, 배드민턴과 같은 심폐순환계를 자극하는 전신지구성 운동이 가장 좋으며, 그 효과는 운동량에 비례한다. 보통은 주당 3회 30분 중정도 운동을 8주 정도 꾸준히 할 때 혈액 중 지질상태가 뚜렷이 변화하게 된다. 꼭 기억하자. 운동은 내 몸 안의 도로망을 달리는 지방수송차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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