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체질, 내 몸의 벽난로를 지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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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는 체질, 내 몸의 벽난로를 지펴라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1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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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지인과 대화중에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푸념이다. 그 반대로  제발 살 좀 쪘으면 좋겠다는 소리도 듣게 된다. 똑같이 먹고, 똑같이 움직여도 살이 더 많이 찌는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불공평한 현상을 가장 편리하게 설명하는 말이 “체질”이다.
그런데 막상 이 체질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차이를 발생시키는 데에는 기초대사량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나 효소, 소화기의 상태, 식욕중추의 민감도 등 매우 여러 요인들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한 요인이 그러한 차이를 결정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비교적 최근에 체질과 관련하여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갈색지방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방조직은 몸 안에 지방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백색지방조직인데, 우리 몸에는 백색지방조직 말고도 아주 소량 존재하는 갈색지방조직이 있다.

사실 이 갈색지방조직은 곰이나 다람쥐와 같이 동면하는 동물이 많이 갖고 있다. 가을철에 이 동물들은 동면을 준비하기 위하여 연료로서 지방을 최대한 비축하려고 한다. 그리고 겨울철에 동굴이나 땅 속에 들어가 동면을 취하게 되는데, 이 때 비축했던 체지방을 갈색지방조직에서 연소시켜서 열을 발생시킨다. 즉 동면하는 동안 체온이 떨어져 얼어 죽지 않도록 갈색지방에서는 지속적으로 지방을 연소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색지방은 지방이라는 장작을 가득 쌓아놓은 연료창고이고, 갈색지방은 그 장작을 때서 온 집안을 덥히는 벽난로인 셈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이 갈색지방이 있는데, 신생아에게 많다. 신생아는 아직 근육이 발달되지 않아서 스스로 근육을 떨어서 열을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반드시 이 갈색지방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는 가슴과 겨드랑이, 그리고 등 뒤의 날개 뼈 주변에 약 150g 정도의 갈색지방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갈색지방이 성인이 됨에 따라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갈색지방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에게서 비활성화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잠재된 갈색지방은 추위에 노출될 때 활성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철에도 아침에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나와 양치질과 세수를 하면서 갈색지방이 활성화되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대부분 실내에서 세면을 하고, 외출할 때도 오리털패딩에 몸을 꽁꽁 숨기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좀처럼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킬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른 사람과 비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열적외선 연구에서 추위에 대한 이 갈색지방조직의 반응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상체를 벗은 상태로 섭씨 4도 정도의 추운 날씨에 노출시켰을 때, 마른 사람은 갈색지방이 뚜렷하게 활성화되지만 비만한 사람은 갈색지방조직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갈색지방이 운동에 의해서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인체의 근육에서 분비하는 새로운 호르몬이 발견되었는데, 이 호르몬의 이름은 아이리신(Irisin)이다. 이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은 근육이 일정한 저항을 이기며 수축할 때 근세포로부터 분비된다. 이렇게 분비된 아이리신은 백색지방조직 사이에 비활성화된 상태로 잠재되어 있는 갈색지방전구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성숙한 갈색지방세포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부 상업적 광고에서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시키는 약물이나 특별한 식품, 스트레칭 방법 등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 이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몸의 큰 근육들에 일정 강도 이상의 자극이 가해지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계획할 때 단순한 칼로리 계산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내 몸의 벽난로를 지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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