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행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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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행하는 삶
  • 김성숙 시조시인
  • 승인 2018.12.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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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숙 시조시인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12월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웃음과 행복을 나누며 살아온 한해였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이 많이 어둡고 우울하고 답답하여 빛으로 밝혀 어둠을 물리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손주가 너무 귀여워 안아주려고 하자 냄새가 난다고 밀치는 손주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마침 음식을 만들다가 안아주려고 한 것이었는데 자신의 몸에서 벌써 노인의 냄새가 나는가 싶어 매우 신경이 쓰이고 속상했다고 말하였다.
나는 아마도 음식냄새를 맡고 밀쳤을 거라고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며 자연스럽게 노인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이어졌다.

어떤 며느리는 아이들 양육이 힘들어 도저히 병든 시어머니를 모실 수 없어서 요양병원에 보내게 되었는데 요양병원으로 가시던 날 시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가는 것은 살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것’ 이라는 말을 남겨 신경이 매우 쓰여 마음이 편치 않다는 이야기,

지하상가 분수대 앞 의자에 멍하니 앉아 하루 종일 사람구경으로 소일하는 외로운 노인의 이야기, 찬바람 속에서 폐지를 가득 담은 수레를 힘겹게 밀고 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등등... 이 모두가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루이스 해이의 『행복한 생각』중에는 ‘사람은 자신감과 함께 젊어지고 두려움과 함께 늙어가며 희망이 있으면 젊어지고 실망이 있으면 쉽게 늙어간다‘고 하였다.

행복이란 단어는 듣기만 하여도 좋은 에너지가 느껴져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은 진정 행복한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병들고 지쳐서 초라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준비된 삶을 살아온 노인은 좋은 요양원에서 의식주에 있어서 최고의 섬김을 받으며 남녀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노인복지라는 키워드 속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제시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의 일할 수 있는 영역도 넓지 못해서 노인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인문제는 곳곳에 서로 다른 이야기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늙어진 것도 서러운데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쳐서 사는 것은 죽지 못해 사는 고통스런 삶이다. 더욱이 여기저기 아프기까지 하여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늘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할 상대가 없어서 항상 외롭고 쓸쓸하다.

필자는 90세의 노인 한 분을 섬겨드리고 있다. 내가 가는 날을 용케도 기억하시고 일찍 일어나서 침상을 정리하고 나를 맞아주는 어르신에게는 내가 유일한 벗이고 희망이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도 안 쉬고 말씀하시면 잘 들어드리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한다. 이렇듯 소통을 통해 노인들은 잃었던 평안과 안정을 되찾게 되니 누군가가 함께 해주는 것은 커다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 어르신은 방앗간 집 딸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90세의 지성인이지만 이 어르신에게는 외로움이라는  큰 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문간에 나와 기다릴 정도로 좋아해 주시니 참 감사한 마음이다.

아주 가끔은 요양병원으로 봉사를 하러 갈 때도 있다. 누구는 악기로 또 누구는 춤으로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도 노인들의 정서안정을 위해 시낭송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양병원의 노인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가 많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얼마 후면 우리들도 같은 모습이 되어 외로움을 못 견디어 울게 될 수도 있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져서 아마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미리 준비하는 삶을 살아 진실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진정한 복지란 무엇일까?

돈 몇 푼 쥐어주는 국가정책이 아니라 따스하게 다가가 손 잡아주고 사랑을 전하는 것이리라. 어르신이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찾으며 두리번거릴 때 자는 척 하는 부도덕함이 아니라 먼저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작은 실천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행복을 위해서는 경제적으로도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운동을 통한 체력도 다져놔야 한다. 또 취미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고 소통해야 한다.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와 희망을 간직하고 모든 면에 성실과 인내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준비된 삶으로 행복을 만들어 가게 된다면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준비하여 현재 외로운 노인을 진심으로 섬기고 있는 이 일도 결국 어둡고 악한 세상을 환히 밝히는 행복한 도전임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90세의 독거노인을 섬겨드리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현관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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