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멀리 보이는 마을/최하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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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멀리 보이는 마을/최하림 산문집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2.06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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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민낯을 읽는 것
멀리 보이는 마을/최하림 산문집

산문을 읽는 것은 글쓴이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영혼의 민낯이다. 치장하지 않은 생각들이다. 그것은 주변 상황과 작가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 독자들은 글쓴이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을 읽으며 공감한다. 그리고 동화되어 마음 한 켠이 잠시나마 따듯해진다.

산문은 상상이 아니라 실제다. 실제 보고 경험한 내용에 사유를 보탠 것이다. 산문집 한권을 읽는 것은 작가의 몇 년 동안의 사유를 들여다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보고, 듣고, 사유한 것들을 엿볼 수 있다.

차 한잔을 옆에 두고 산문집을 읽는 햇살 풍성한 창가는 생각만으로도 여유롭다. 그곳에서 최하림 산문집 ‘멀리 보이는 마을’을 읽는 것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최상의 여유다. 그 여유를 즐기시길 바란다. 12월의 창밖으로 흰 눈이 쏟아지고 책 한권을 읽는 오전의 행복을 만끽 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최하림은 책머리에서 “수필집에 수록된 글들도, 시를 쓰는 사람의 글이어서인지 가여움을 담고 있다”고 적었다. 이 산문집의 글들은 작가가 1990년대 쓴 것들이고 30여 편은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쓴 것으로 3부는 신문과 잡지에 칼럼으로 썼던 것들을 추린 것이다.

최하림 시인의 산문집은 총5부로 나눠져 있으며 49편의 수필을 묶어 출간했다. 그의 산문집 83페이지에 수록된 내용 중 “근원적으로 인간이란 집을 떠나서 유랑하며, 집을 그리워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성당(盛唐) 시대의 유니크한 시인이었던 한산(寒山)의 시들은 집과 절 사이를 떠돌았으며 두보도 객지를 떠돌고 릴케와 랭보도 이탈리아와 아프리카를 떠돌았다. 시인들은 모두 길을 떠돌았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153페이지에는 “그 나라와 마을들은 각기 색깔이 다르고 향기가 다르다. 그의 기행시집은 각각 다른 색깔과 향기를 우리에게 준다. 나도 기행시집을 한 권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이었던 최하림의 산문집은 그의 내면이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

시인 최하림을 가까이 이해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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