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결정하는 꿀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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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결정하는 꿀벅지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12.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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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꿀벅지라는 말은 근육이 탄탄하게 붙은 허벅지를 지칭하는 찬사의 말이다. 엉덩이나 허벅지의  근육은 사람을 이동시키고 활동반경을 넓혀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체형의 변화는 하체 부위의 근육이 감소하는 것이다. 물론 몸통부위에는 체지방이 붙어서 소위 ET체형으로의 변화가 나타난다.

대중목욕탕에서는 허벅지가 매우 가늘고 엉덩이의 옆 부분이 움푹 들어간 모습을 주로 노년기 사람에게서 흔히 보게 된다. 엉덩이 옆 부분이 패인 것처럼 움푹 꺼진 것은 중둔근이라는 근육이 위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중둔근이 쉽게 위축되는 까닭은 이 부위가 주사를 맞을 때가 아니고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중둔근은 다리를 옆으로 벌릴 때 작용하는 근육이다. 예를 들어 한 발로 선 상태로 다른 쪽 다리를 옆으로 벌리는 동작을 반복한다면 중둔근을 운동시키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의도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서 중둔근에 제대로 자극을 주는 동작은 거의 없다. 흔히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한 운동으로서 스쿼트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쿼트 운동으로도 중둔근에는 충분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나이가 들수록 더욱 의도적이고 잘 계획된 운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허벅지나 엉덩이 근육은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과 관계가 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체의 근육이 부실할수록 인슐린저항성이 쉽게 발생한다. 인슐린저항성은 당뇨병은 물론 심질환이나 중풍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광범위한 질병의 뿌리가 된다. 인슐린저항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식사 후에 혈당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데, 이 혈당을 세포 안으로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데도 불구하고 세포에서 이 인슐린을 잘 받아들이지 않아서 혈당이 세포 안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한다. 이렇게 인슐린저항성을 높이는 유전적 요인을 제외한 가장 중요한 환경요인은 운동부족과 비만이다. 비만 중에서도 복부비만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내장지방이 관계가 깊고, 하체의 근육량 감소와도 관련을 갖고 있다.

노년기에 근력을 유지하는 것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근력, 특히 하체근력은 스스로 신체를 이동시키는 능력을 좌우한다. 또 하체근력은 균형을 유지하고 낙상이나 그로인한 고관절 골절과 같은 치명적인 부상의 위험을 낮추어 준다. 또 일정수준 이상의 근력을 유지하는 것은 골밀도가 저하되는 것을 막고, 골다공증의 발생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걷거나 움직이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력을 ‘장애역치’라고 한다. 근력이 이 장애역치 아래로 떨어지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이동하거나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므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요즘처럼 의학이 발달하여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장애역치 아래로 근력이 떨어져서 살아가야할 기간이 길어진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왜냐면 성장이 왕성한 젊은 시기에 근육을 키워놓으면 그 후 나이가 들어 근육이 위축되더라도 재차 운동을 할 때 훨씬 더 쉽게 근육이 커지기 때문이다. 즉 운동에 의해 근섬유의 굵기가 굵어질 뿐만 아니라 근육 세포핵의 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일단 늘어난 세포핵의 수는 근육자체의 크기가 줄어들어도 변화하지 않고 나중에 자극을 받을 때 더욱 활발히 근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유리하다. 운동을 자꾸 나중으로 미루지 말아야할 이유이다. 바로 지금이 운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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