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두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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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대로 거두기 마련이다
  • 정명희 화가
  • 승인 2018.12.2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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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화가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처럼 다사다난 했을까 싶다.
집에서도 가장이 분주하면 온 식구들이 들떠 집안 일이 어수선해진다. 그런 판에 대통령이 앞에 나서서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면 장관들은 무엇 때문에 뽑아 놓았을까 걱정될 때가 많다. 툭하면 촛불의 민심이 뽑아주었다 말들 하는데, 촛불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대통령을 위한 것도, 수권여당을 위한 것도 아니다. 하물며 선거 캠프맨들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깊은 물은 구름이 쉬어가도록 자리를 비워줄지언정 어지간한 바람에도 미동하지 않는 법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지만 나라 일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국민들은 술안주나 껌 씹듯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재미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이 길어야 70~80이란 얘기는 성경에도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엔 너도 나도 100세 시대라 떠든다. 아니 떠드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해서 우리나라도 평생학습을 내세워 국민들을 배우고 익히며 준비해서, 후회되지 않고 아깝지 않은 인생을 살도록 권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엔 평생교육제도가 이미 자리를 잡아 인생말년에도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학사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그뿐인가 공공기관마다 평생학습관을 개설하여 시민대학을 운영한다.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그 같은 취미생활 과정을 만들고 시민을 상대로 봉사한지도 오래되었다. 세상에 대한민국만큼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복지시설이 잘된 나라도 없지 싶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평생을 살아온 화가다. 때문에 젊어서는 대학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쳤었고, 평생교육기관에서도 강의를 해봤으며, 취미생활을 위한 봉사에도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나로서는 부끄러움 없는 나눔의 방법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취미생활에 그림만큼 손쉽게 배우고 터득하기 쉬운 것도 없는 모양이다. 아무나 툭하면 ‘묵화나 쳐볼까’다. 그래서 그런지 옛 친구들을 만나도 ‘이 친구, 요즘엔 화가야.’라며 나를 골리려 든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지만 지나치게 남을 높여 부르는 것은 미덕일 수 없다. 그래서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도 화가라는 말을 편하게 쓰고, 심지어 원로작가에게나 붙여 쓸법한 화백이란 말도 서슴없이 쓰고, 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초심을 흐리게 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첩경인 것이다.

시작은 그림을 배워 무료함을 털어 생활에 즐거움을 갖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취미는 은밀하고 내밀한 나만의 시간이다. 그런 수련과정 속에서 진정한 성취감을 맞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취미생활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사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예를 들면, 주변의 부추김에 날개를 달기 위해 공모전에 출품하게 되고, 이왕이면 입선이라든가 입상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급기야는 미술단체에까지 손을 뻗어 종단에는 심사위원이 된 사람들을 본다. 물론 그런 상황을 규탄하잠도 또 그와 같은 사람을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를 위한 방법을 앞세우다보면 거기까지란 것이다.

스스로 깨달아 인생을 즐기려는 목적을 잃고 허욕에 끌려, 부지불식간에 남의 작품을 모방하고는 ‘배우는 입장에서 어때, 남들도 다 하는 판에 …’ 라며 공모전에 출품하다 보면 「지적소유권을 훔쳐 산 범법자」로 괴로운 말년을 보낼 수밖에 없는 부끄러운 인생이 된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익히 알려진 재야화가들은 어지간해선 미술공모전 출신은 없다. 오랜 세월 갈고 닦은 기량이 지역사회를 넘어, 온 나라에 퍼져 덕을 고루 갖춘 존경받는 어른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문 화가에 버금가기도 하며, 때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히게 된 분들도 여럿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금언은 여러 곳에 존재한다. 요즘 정가에서 잠룡임네 하는 일부 인사들의 작태와 다름 아닌 취미생활의 진보가 곧 사탄의 유혹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부는 불확실한 미래를 보완하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다.
비록 취미를 위해 배울지라도 가르치는 사람의 기술에 탐닉하지 말고, 그 사람의 인품을 닮고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될성부른 떡잎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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