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를 하자 악수 뒤로 치자 꽃 같은 바다의
파도가 밀려왔다
악수도 떠나고 그 사람의 목소리는 석양의 무늬로
자취를 감췄다
태고의 파도 소리는 아니지만 모래 결 같은 소리만
모래 꽃으로 피어났다
치자 꽃 하나를 딸 때마다 침묵 하나가 바람에 날려
길을 잃고 어디로 가는 소리가 좋았다
나도 거기에 섞여 있는 물방울 하나쯤은 내 것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악수의 목소리는 너무 높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옷깃의
냄새에서 당신이 들려왔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무수한 시간이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악수의 느낌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치자 꽃 같은 파도 소리가 유리창 밖에 있다고 여기는
당신이라는 사람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치자 꽃처럼 생각 했다
◇약력
·2014년 <시에>로 등단.
·시집 『새들은 일요일에 약속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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