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 꽃
상태바
치자 꽃
  • 장자순
  • 승인 2019.01.03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자순

악수를 하자 악수 뒤로 치자 꽃 같은 바다의
파도가 밀려왔다

악수도 떠나고 그 사람의 목소리는 석양의 무늬로
자취를 감췄다

태고의 파도 소리는 아니지만 모래 결 같은 소리만
모래 꽃으로 피어났다

치자 꽃 하나를 딸 때마다 침묵 하나가 바람에 날려
길을 잃고 어디로 가는 소리가 좋았다

나도 거기에 섞여 있는 물방울 하나쯤은 내 것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악수의 목소리는 너무 높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옷깃의
냄새에서 당신이 들려왔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무수한 시간이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악수의 느낌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치자 꽃 같은 파도 소리가 유리창 밖에 있다고 여기는
 
당신이라는 사람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치자 꽃처럼 생각 했다

 

◇약력
·2014년 <시에>로 등단.
·시집 『새들은 일요일에 약속을 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