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와 함께 버려진 효심…문화재 관리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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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와 함께 버려진 효심…문화재 관리 허술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1.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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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채 안된 비지정문화재 개인 문중
효자비각 보수공사에 수천만 원 투입
새 땅주인이 비각·비석 철거 흉물 돼
주민 “혈세 투입부터 관리까지 부실”
옥천군이 수 천만 원을 들여 보수공사한 개인 비각이 철거된 후 폐기물들이 모아져 있다.(왼쪽) 이곳에서 철거된 효자비와 공적비들이 안남면 에코빌광장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옥천군이 광산 김씨 문중 효자비각에 수천만 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펼쳤지만 2년도 안 돼 철거되는 사태가 벌어져 허술한 문화재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문제의 문화재는 안남면 연주리 소재 광산 김씨 용준 효자비다. 비석 안내문에 따르면 효자비 주인공 김용준(1864~1946년) 선생은 효심이 깊었다며 김씨 문중은 그를 기리기 위해 효자비를 세웠다. 비각과 함께 세워진 효자비는 70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는 그 후세인 김삼순 우체국장의 공적비도 함께 있었다.

군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이 효자비를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2014년 비지정문화재로 분류했다. 이듬해 비각 등 주변정리 하는데 2680만 원을 투입해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안남면 주민 A씨는 “국가적 비석도 아닌 개인 비각에 예산 수 천만 원을 투입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지만 국가에서 내린 효자비도 아니고 문중에서 세운 개인 비석이...그것도 100년도 채 되지 않은 비석이 문화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문화재 관리행정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예산은 개인 쌈짓돈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다. 혈세가 이렇게 몇 사람 입맛대로 맘대로 사용돼도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더 있었다. 비각이 위치한 땅은 재작년 경매에 의해 소유자가 바뀌는 사태에 이르렀다. 새 땅주인 B씨는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며 김씨 문중과 옥천군에 비석 철거를 요청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법원에 철거요청 소송을 냈다. B씨는 승소한 후 곧바로 철거에 나섰고 철거된 비석들은 안남면 주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에코빌광장에 버려진 채 나뒹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새 소유자가 군에 철거를 요청한 적이 있었지만 공유재산 관리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군이 나서 철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남면 입구에 있는 공적비석들이 있는 곳이 도로에 편입돼 이전할 상황”이라며 “현재 효자비가 놓여져 있는 에코빌광장으로 공적비석들을 옮길 때 효자비도 함께 공사하기 위해 그곳에 놔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에코빌광장은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곳이다. 주민 의견은 묻지도 않고 면 소재지 한복판에 주민의 공간을 빼앗으며 임의대로 개인 비석들을 줄줄이 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 의견은 묻지도 않고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부터 향후 관리 행태까지 제멋대”라고 불통행정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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