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내가 만난 그분(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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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내가 만난 그분(26)
  • 최종식 청산 성신교회 목사
  • 승인 2019.01.1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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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청산(15)
최종식청산 성신교회 목사

그렇게 제 아내는 보수는 전혀 없이 공장에서 일해줬습니다. 그 공장이 주물공장이니까 모든 것이 새카맸습니다. 그 당시에 공장에서 뭘 만들었냐면 다리미 받침 같은 걸 놋그릇으로 만드는 것을 하청받아 그걸 미국으로 수출했습니다. 그 공장에 일 년을 사는데 그해 겨울에 방이 잘못돼 있었는지 연탄을 피우니 세 식구가 연탄가스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제 아내가 갑자기 일어나서 새벽기도 간다며 절 깨웠는데 이미 전 녹초가 된 상태에서 겨우겨우 일어나 확인을 해 보니 셋 다 연탄가스를 먹어서 비실비실한 상태였습니다.

할 수 없이 그 당시 듣기로는 식초냄새를 맡으면 가스가 좀 해독된다는 말이 생각나서 겨우겨우 주방으로 가 식초를 가지고 와서 손에 묻혀서 코에 발라주고, 또 발라주고 그렇게 다행히 병원에 가서 몇 시간 치료를 받고 링거주사도 맞고 돌아와서 제가 아내에게 그때 저를 왜 깨웠냐고 물으니 “무슨 소리에요. 당신이 나 새벽기도 가라고 손으로 툭 치면서 깨웠잖아” 그때 제 아내는 아들과 함께 교회를 다니고 있었고 전 안 다니고 있었는데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
이 ‘하나님이 우릴 살리셨구나’였습니다. 그 일이 있고 하루라도 빨리 교회에 나가야 했는데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밤에 꿈을 꾸는데 새카만 구정물이 막 흘러가는 곳에 저희 집이 있는 것입니다. 근데 저는 물에 빠진 상태에서 집안 살림 떠내려가는 걸 막 붙잡으면서 위를 봤는데 하얀 침대에서 아내와 아들은 천사같이 잠을 자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니 아내에게 “여보 이것 좀 같이 건지자”라고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꿈인데 참 생생했습니다. 그렇게 있다가 눈을 떴는데 꿈이었고 그때부터 온종일 고민이 생긴 것입니다. ‘왜 난 구정물에 빠져서 떠내려가는 살림을 붙잡고 있는데 아내와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을까?’ 한참을 고민하는데 마침 그날이 수요일이었습니다.

저녁 먹을 시간쯤 되니까 딱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꿈속에서 아내와 아들이 자던 하얀 침대는 천국이고 구정물은 지옥이구나 내가 그 구정물에서 못 나오면 지옥 가는 거니까 오늘부터라도 교회를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 스스로 직접 걸어갔습니다. 아들하고 아내도 교회를 간다며 나왔는데 제가 앞장서서 먼저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가 어디를 가냐는 물음에 놀러 간다 말하다가 교회 마당에 다다르자 아내 말로는 제가 도망가듯이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 딱 앉으니까 뭐 할 말이 없는데 마음이 정말 편했습니다.

뭔가 위안이되는 거 같아 ‘아 이젠 지옥에서 빠져나왔구나’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
서 그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 하루, 이틀, 사흘, 한달, 두달, 석달, 넉달이 딱 되니 제 생각이 자꾸 바뀌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쯤 되면 마음이 변한다는데 내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을 욕만 하다가 내가 스스로 교회에 와서 앉아 있으니 내가 이제 죽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얼마나 서러운지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울었습니다. 막 소리만 안 냈을 뿐이지 기도하며 훌쩍훌쩍 우는 모습을 성도들이 예배드리러 오다가 보더니 “저 털보 아저씨 교회 나온 지 몇 달 안 됐는데 벌써 은혜받았나 봐 막 울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는 ‘은혜받아서 운 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하나님 내가 죽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라고 기도하며 닥치는 대로 다 했습니다. 6개월쯤 되니까 중풍 끼가 왔던 게 나아지고 정신도 멀쩡해지며 몸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은혜를 받은 것입니다. 깨달은 그 자체가 은혜이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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