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현대시 아버지 만나러 옥천 가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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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현대시 아버지 만나러 옥천 가는 달”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1.1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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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대표 축제 지용제·연변지용제 탄생
축제 콘텐츠 개발·권력 중독 경계 쓴소리
박효근 전 옥천문화원장이 1988년 첫 지용제가 열린 이듬해 시 ‘향수’를 새긴 비를 세웠다. 지난 11일 시비 옆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2018년 옥천은 김영만 전 군수 8년 군정을 마무리하고 집행부와 의회 수장까지 민주당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였다.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효근 전 옥천문화원장은 정치인은 권력 중독을 경계해야 한다고 <옥천향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서른한 살의 지용제에 희망을 보았다고 밝혔다. 지용제가 2년 연속 충북도 최우수축제와 문체부 유망축제로 선정된 것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박 전 원장은 지용제를 지역축제를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문학축제로의 발전을 기원했다. 그러면서 5월은 전국 문인들이 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 시인을 만나러 옥천 가는 달로 만들어 5월 가정의 달 내내 옥천이 시끌벅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1일 박 전 원장의 자택에서 한 시간 가량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박효근 전 원장은
▲ 옥천 서대리에서 태어났다. 대한청년단 단장이셨던 아버지는 6·25 전쟁당시 북한 인민군에 의해 학살당한 반공투사시다. 내 나이 9살, 33세에 미망인이 되신 어머니는 어린 두 형제를 참 많은 고생을 하시며 키우셨다. 삼양초, 옥천중, 대전고를 졸업하고 경기도 안양에 있는 예술드라마센터에 연극을 배웠다.

제대하고 한동안 방황하다가 충청일보 옥천지사장을 하면서 언론과 인연이 됐다. 중부매일 창간멤버로 이사를 맡았다. 1975년부터 옥천문화원 이사를 지내다가 1987년부터 2001년까지 14년 동안 옥천문화원장을 지냈다. 옥천군체육회 전무로 재직 중에는 도 체전에서 4등을 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열우 권투선수를 후원해 세계 양대 타이틀 WBA, WBC 챔피언에 오른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충청도 선비의 정신을 담아 충북 마스코트 ‘바르미 고드미’를 작명한 것이 마스코트 선호도 조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옥천청년회의소 회장과 도 체육회 이사도 역임했다. 아내 권금자(74) 여사와 3녀를 두고 있다. 

- 요즘 근황은
▲ 올해 내 나이 77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안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다시 뒷산에 오르는 등산을 하고 골프를 즐긴다...그렇게 오전을 보낸다. 평생학습관 스마트폰 교육에서 카카오스토리와 밴드를 배우고 SNS에서 세상과 소통한다. 영어회화반에서 영어를 배운다. 불교신도회장을 맡고 있는데 매달 한곳씩 전국에 있는 사찰을 돌며 기도하는 ‘108산사순례회’를 하고 있다. 불교 신자로서 가장 큰 일이다. 명산대찰은 거의 다 갔다. 명산의 정기를 받고 부처님께 참회기도를 올리고 번뇌를 씻는다. 

- 지용제 탄생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데
▲ 정지용 시인을 따르는 서울 문인들의 모임인 지용회가 정 시인이 해금되던 1988년 5월 지용제를 열었다. 참석을 하고 보니 지용제는 서울에서 할 것이 아니라 고향 옥천에서 해야 할 일이라 판단하고 바로 다음 달 6월에 옥천에서 첫 축제를 개최하게 됐다. 그러니까 1회 지용제는 서울과 옥천에서 2차례 열린 셈이지. 전국 어느 곳에도 문학축제가 없던 상황에 옥천에서 최초 문학축제가 열려 문인들이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보수단체 반대는 아주 심했다. 기관장들은 그들 눈치를 보느라 축제 참여조차 꺼려했고 이듬해 정지용 시비를 세우는데도 말이 많았다. 속리산에 있는 최고의 자연석을 훔쳐오다시피 해 시 ‘향수’를 새기고 문화원 옆 공원에 세운 일은 쉽지 않았지만 뚝심 하나로 밀어붙였다. 1997년 중국 연변에선 제일제당이 연변 조선족 문학상을 열었는데 1회로 끝났고 지용제 소문을 들은 연변동포들이 축제에 참석했고, 이를 계기로 연변지용제가 열리게 됐다.

- 올해 해외 지용제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한 생각은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변지용제는 중국 동포들에게 뿌리내리 건데 이는 옥천의 자부심이다. 연변지용제는 반듯이 살려야 한다. 경제 논리로 봐선 안 된다. 지용제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문학축제 생겼지만 지용제는 한국 최고의 문학축제이다.

- 지용제 발전을 위한 조언
▲ 지금까지 전‧현직 문화원장들의 노고로 지용제는 문학축제로 뿌리는 내렸지만 이젠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5월은 전국 문인들이 옥천 가는 달’로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참여했지만 더 많은 문인들을 끌어 들여야 한다. 문학축제를 관광상품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용제는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것을 먹이는 것이다. 여기에 포커스를 맞춰 현대시의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는 타이틀로 전국 문인들을 불러 모으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정치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
▲ 제발 권력에 취하지 마라. 권력에 취하지 말라는 뜻은 권력에 중독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그것에 취해 결국 패가망신하는 예가 많다. 정치인도 군민의 한 사람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위임받은 직책만 수행해야 한다. 오직 군민만 바라보고 그 이상을 넘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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