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 말이 부족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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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말이 부족하여…
  • 김명순 약사·국문학석사
  • 승인 2019.01.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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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약사·국문학석사

얼마 전에 발생한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사건은, 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한 약은 대부분 기대하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이번 사건처럼 예상과 달리 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도 과하면 건강에 안 좋듯이, 약은 꼭 필요한 성분과 용량만을 정확하게 복용해야 효과가 있으며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이든지 복용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약물의 정보를 요구하는 적극성이 필요합니다. 물론 환자의 요구 이전에 의사와 약사가 먼저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환자 본인만이 가진 특정 약물에 대한 특이한 반응(두드러기 · 호흡곤란 등)에 관해선 스스로 잘 기억해 두고, 의사와 약사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게 상호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안전하고 확실한 약효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약의 경우, 간혹 임상시험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이 대중에게 널리 쓰이면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합니다. 불가항력적인 일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신약을 선호하는 태도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몇 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때문에 처방약을 복용했던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깨어나지 못한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통인데 잘못 처방된 당뇨약을 복용한 결과, 저혈당으로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의사가 실수로 두통약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당뇨약을 잘못 선택해 처방했고, 약사는 환자와 대화도 없이 하루 세 번 복용하라는 말만으로 투약을 끝냈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었습니다.

의사가 약품명을 정확히 확인하고 처방했더라면, 약사가 복약지도 의무를 다해 환자에게 “당뇨약 처방받으셨네요?”라거나 “어떤 증상 때문에 이 약을 드세요?” 등의 한마디 말이라도 건넸더라면 그런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혹은 환자라도 “이 약을 먹으면 두통이 금방 좋아질까요?”하고 묻거나 무슨 약인지 확인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불행인지도 모릅니다.(요즘은 다수의 약국에서 처방 약물 정보를 약 봉투 전면에 인쇄해 주고 있어 다행입니다)
생명에 관계된 일을 하는 의사와 약사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 스스로 오류는 없는지 확인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혹시 약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라면, 약 이름과 모양 · 색깔 · 크기를 기억해 두는 게 좋습니다. 응급 상황이 생기면 그 정보가 도움도 되고, 약이 바뀐 경우에 오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방 약을 조제한 약국에서 상세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집 근처 약국에라도 문의하고 정확하게 복용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단골약국이 있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편의점에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는 약도, 모두 부작용 없이 안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은 간(肝)독성이 심한 성분의 약입니다. 그래서 숙취로 인한 두통에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입니다. 또한 다량 복용하면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선 1인당 판매 개수를 제한하기도 하고 현재 유럽에선 편의점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듯 타 약물에 비해 안전성이 확보된 편의점 판매약도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약의 오남용을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작용이 두려워 꼭 필요한 약을 복용하지 않아 병을 더 키우는 것은, 약을 과신하여 약에만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양해야 할 태도입니다. 또한 한 가지 약물을 장기 복용하면 내약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게 되니 그런 의존성도 자제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질병에 맞는 식이요법 · 운동과 병행하면 약에 대한 의존도를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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