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70조 개가 넘는다. 이 세포들은 혈액이 날라다 주는 산소와 영양분을 먹고 산다. 그리고 혈액을 흐르게 하는 순환의 원동력은 심장이라는 펌프에 의해 제공된다. 이렇게 심장 펌프가 품어낸 혈액은 온 몸을 돌고 나서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과거에는 피가 간에서부터 한 방향으로만 보내진다고 믿어졌다. 즉 사람이 섭취한 모든 영양소는 간으로 가서 피로 만들어지고 이어서 온 몸으로 보내져서 사용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AD 1세기의 해부생리학자인 갈레노스에 의해 만들어져서 거의 1,500년 동안 굳건한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이 정설이 깨지게 된 것은 17세기 영국 의학자인 윌리엄 하비에 의해서였다. 그는 피가 한 방향으로 보내져 사용돼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순환한다는 혈액순환설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보면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견한 것에 비견할 만한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그는 혈액이 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심장수축에 의해 맥박이 생성되고 혈액도 순환하는 것임을 주장하였다. 또 그는 자신의 스승인 파브리시우스가 발견한 정맥 판막의 역할을 규명하였다. 윌리암 하비는 정맥 판막의 방향을 보고 의문을 품기 시작하여 마침내 피가 인체의 말초조직에서 심장의 방향으로도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즉 정맥 판막은 한쪽으로만 열리는 밸브여서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심장을 향해서만 흐르도록 한다. 정맥 내에 있는 수많은 판막 때문에 다리와 복부 부위에 있는 혈액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쪽에 있는 심장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맥을 통해서 심장(우심방)으로 돌아가는 혈액을 정맥환류라고 하는데, 이 정맥환류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정맥환류량이 유지되어야 심장에 적정량의 혈액이 채워지고 이어서 심장의 펌핑작용에 의해 적절한 혈압이 유지되고 온몸순환이 순조롭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책상 앞에 오랜 시간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렇게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만을 취한다면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량, 즉 정맥환류량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심장에 의해 한 번에 박출되는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점차 두뇌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졸음이 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정맥환류는 온몸의 혈류순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맥환류를 촉진 시킬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장시간 동안 책상 앞에서 일을 한다면 수시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근육펌프’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즉 근육이 수축 운동을 할 때 주변의 정맥혈관들은 기계적인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정맥 판막이 심장 쪽의 방향으로 열리면서 혈액을 심장 방향으로 밀어 올리는 작용이 일어난다. 이렇게 정맥환류를 촉진하는 근육의 작용을 근육펌프(muscle pump)라고 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걷거나 달리기 운동을 한다면 몸에 있는 두 개의 펌프, 즉 심장이라는 펌프와 ‘근육펌프’를 활발하게 작동시키게 된다. 두 개의 펌프가 활발하게 작동될수록 피의 순환이 빨라지면서 혈관을 비롯한 순환계의 개선이 이루어진다. 다리를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로는 하지 부위 정맥 판막의 형태가 변형되고 혈액 역류 방지기능이 상실되면 그 부위에 혈액이 고이게 되고, 그로 인해 허벅지나 종아리에서 정맥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심한 통증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를 하지정맥류라고 한다. 하지정맥류의 원인은 뚜렷하지 않으며 가족력을 비롯하여 첫 임신 나이, 경구피임약, 감염, 장시간 서 있는 직업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나 약물 처치가 필요하며, 너무 심한 운동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다리에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