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족 천만 시대…“동물장묘시설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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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족 천만 시대…“동물장묘시설 절대 안 돼”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1.3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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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평계리 동물장묘시설 설치 놓고 주민 반발
주민들 “냄새, 매연 등 사람·과수에 피해 불 보듯”
반려동물협회 “사람과 동물 합동 봉안시대 온다”
미래 대비 옥천지역 실정 맞은 조례 제정 서둘러
동물장묘사업을 하겠다며 음식점을 개조(위) 중인 가운데 청정지역에 절대 안 된다며 이원면 도로변 곳곳에 수십 개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우리 마을에 동물화장터가 들어온다네”
“뭐시다냐? 고양이도 죽으면 화장한다냐?”
이원면 장화리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이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나누는 대화들이다. 평균연령 80을 훌쩍 넘긴 시골 할머니들에게 이 시설은 생소함 그 자체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한다지만 개를 화장하고 또 납골당에다 모시기까지 한다네..?”
아흔을 바라보는 한 할머니의 말에서 당혹을 넘어 황당하다는 표현이다.
개심저수지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한 몸으로 막아낸 후 연이어 터진 사건에 할머니들은 피로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뭔 일이 이렇게 터지는지 모르겠어. 이장님이 너무 힘들어 보여. 우리 이장님 좀 많이 도와줘”

주민들 “절대 불가”
지난 1월 초쯤 서울에 거주하는 동물관련 사업자 A씨가 이원면 평계리에 동물장묘업을 하겠다며 등록신청을 했다. 지난 20일 경 이 마을에 소식이 전해진 건 한 군의원이 평계리 이장에게 알리면서 인근 장화리 주민들에게 전해졌다. 행정구역상 평계리지만 장화리 민가와 더 가까워 이곳 주민들이 발끈하는 이유다.

시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종교 수양관을 운영하는 B씨는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며 “매연과 냄새로 청소년들에게 피해가 예상된다”라고 강력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A씨가 신청한 장묘업에는 화장과 납골, 장례식장 등 3개 업이다. 화장시설은 2기가 들어설 예정이여서 냄새와 매연 피해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이곳 마을은 지하수를 이용 마을상수도를 이용하는 상황에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상생 길 찾아야
하지만 반려족 천만 명 시대에 동물장묘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려족들에게 반려동물은 단순 동물을 넘어 가족과 같은 존재여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과 같은 슬픔이라는 것이다.

대전에서 애견샵을 운영하는 P(옥천 거주) 씨는 “반려동물시대에 인간에게 반려동물은 여타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사랑의 대상”이라며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한 이별의 슬픔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법대로 밀어붙이는 것도 안 된다. 주민들에게 이해와 설득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정영근(리멤버파크 대표) 충청지회장은 “반려족 인구가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 사람장묘시설처럼 동물장묘시설도 절대 필요하다”며 “이미 선진국에선 반려족과 반려동물을 합동 봉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장묘관련부처가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부로 나눠져 있지만 앞으로 일원화돼 사람과 동물이 함께 봉안될 것”이라며 “주민과 운영자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첫 사례···신중 모드
옥천군에 동물장묘시설 등록민원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 7일까지 등록여부 회신을 해야 하는 군 입장에선 주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처음 겪는 민원인지라 관련 규정도 조례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군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흔치 않아 전국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이슈화되고 있어 조례 제정이나 규정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타는 속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동물장묘시설은 인·허가 사항이 아닌 시설기준 등 요건만 갖추면 해줘야 하는 등록사항”이라며 “주민 반발과 지역여론의 주요 관심사여서 관련부서와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등록여부는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물장묘시설은 충남·세종에 4곳, 청주 2곳, 제천에 1곳 등 충청권에 총 7곳이 있다. 전국적으로 30여 곳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 전북 임실군은 공공반려동물장묘시설 설치를 추진하며 반려동물 관련업 선두주자를 외치고 있다. 반려족 천만 명 시대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업체들. 냄새와 매연으로 사람이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며 시설 등록을 강력 반대하는 주민들. 이해관계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옥천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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