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태태 이야기(1)
상태바
[동화] 태태 이야기(1)
  • 배경숙 작가
  • 승인 2019.01.31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경숙 작가

“그게 있잖아요.”
태태는 오른 손으로는 나비의 날개를 꼭 붙잡고 눈은 교장선생님 너머의 ‘그것’을 보면서 건성으로 말합니다.
“친구들은 다 공부하는데 혼자 복도에 나와서 백 미터 달리기를 하다니, 얼마나 위험한 건 줄 아니?”
“저게 뭔지 궁금해요.”
“뭐가?”
“저 봐요. 바람도 안 부는데 움직이잖아요.”
교장 선생님이 태태가 가리키는 것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시커먼 하늘 아래 서 있는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정말이지 뭐가 꼬물꼬물 움직입니다. 은사시나뭇잎은 꼼짝도 않는데 거무스름하고 작은 물체가 움직였다 멈췄다를 반복합니다.
“뭔가 살아 있는 거 같구나.”
“살아  있는 게 뭔데요?”
“음, 네가 손에 들고 있는 나비가 다리를 움직이지? 그게 살아 있는 거지.”
“아침에 학교 앞에서 잡았어요. 그런데 살아 있는 건 귀찮아요.”
“귀찮아?”
“이봐요. 내 손가락에 닿잖아요. 야! 가만히 있으라니까.”
태태가 나비를 땅바닥에 메어칩니다.
“저런, 죽었구나.”
“죽었어요?”
“꼼짝도 안하잖아. 착한 어린이는 벌레도 함부로 죽이지 않아요.”
“나는 착해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저게 뭐예요?”
태태가 또 손가락질을 합니다. 교장선생님은 안경을 들어 올리며 창가로 바짝 다가섭니다. 태태는 이때다 하고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갑니다. 교장선생님은 혀를 끌끌 차며 천천히 태태의 뒤를 따라 내려갑니다.
태태가 두 손을 오므려 망원경 모양을 만들어 나무 위 그것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안경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그것을 바라보는데 수업 끝 음악이 딩동댕동 울립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어떤 아이들은 두 사람을 보고 두 사람처럼 그것을 보고 섰습니다. 태태를 찾으러 나온 선생님과 승미도 나무 위 그것을 바라보고 섰습니다. 선생님이 교장선생님께 다가서며 작은 소리로 묻습니다.
“교장선생님, 저게 뭘까요?”
“글쎄요, 벌레인지 새인지 모르겠어요. 내려 보면 알 텐데. 높아서 손도 안 닿고.”
 “제가 가서 사다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승미야, 태태 꼭 잡고 있어라.”
승미가 태태의 옷자락을 잡습니다. 태태는 모르는 척 그것만 바라봅니다. 선생님이 사다리를 가지러 간 사이에 아이들 사이에는 벌써 소문이 돌았습니다.
“크고 징그러운 벌레야.”
“교장선생님은 아실까?”
“박쥐야.”
“박쥐는 밤에 나올걸?”
“그러면 새야.”
“새가 왜 저렇게 매달려있어? 날아가야지.”
“그러면 박쥐가 맞아.”
“박쥐 아니야.”
“크고 징그러운 벌레라니까.”
사다리가 은사시나무 둥치에 턱 걸쳐졌습니다. 이때다 하고 태태가 승미를 뿌리치고 잽싸게 사다리 위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손이 더 빨라 태태의 옷자락을 잡았습니다. 은사시나무에 걸쳐놓은 사다리를 타고 선생님이 한 발짝씩 올라갑니다.

다음호에 계속…                    

△ 약력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 초등학교 교사
·저서(동화): 『바보 막돌이』, 『날다 오!지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