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향유 ‘향수시네마’…주민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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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향유 ‘향수시네마’…주민은 봉인가?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3.1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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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잠긴 비상구…재난 시 안전보장 못해
오징어가 밥 한 그릇 값…“비싸도 너무 비싸”
관람 티켓 할인·무료 이용 없어…젊은층 외면
향수시네마가 판매하고 있는 6000원짜리 즉석구이오징어 실물이다.

30여년 만에 부활한 옥천 문화 향유의 중심 ‘향수시네마’가 재난에 대한 안전불감증에다 지역 정서에 맞지 않는 매점 가격, 포인트 적립을 통한 티켓 할인이나 무료 이용 서비스가 없어 외면 받고 있다.

이 영화관은 지난 해 8월 농촌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 도내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국·도비 11억 원과 주민의 혈세인 군비 11억 원 등 25억 원을 투입해 건물을 신축하고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여기서 발생되는 이익금의 60%는 조합이, 30%는 군 수입으로, 나머지 10%는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지난해 5개월 운영결산 결과는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영화관이 개관할 때만 해도 문화적 기반이 적은 주민들은 환영의 쌍수를 들었다. 

하지만 운영에 있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특히 젊은층의 외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월별 관람객수를 보면, 개관한 8월에는 9066명이 이용, 1만 명에 근접했지만 9월에는 5875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어 10월에는 4083명으로 감소를 이어갔다. 영화관이 실내 문화공간으로 각광받는 1월에도 5784명, 대목이나 다름없는 설 명절이 낀 2월에도 전월에 비해 248명이 증가한데 그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영화관 관람료는 일반 영화의 경우 6000원, 3D 영화는 8000원이다. 인근 대전시 소재 대형 영화관의 경우 좌석 위치에 따라 9000원~1만1000원이다. 대형 영화관에 비해 3000원~5000원이 저렴하나 대형영화관에서는 이동통신사 등과 제휴를 통해 20~30% 할인과 연 6회 이상 무료 이용도 가능하다. 또한 포인트 적립이 가능해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즉석카메라를 통해 연인, 가족들과 사진촬영서비스를 제공해 추억으로 남긴다. 이렇다보니 단순가격 비교에선 향수시네마가 저렴하나 실질적 지출에선 오히려 비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민 A씨는 “작년엔 가끔 이용했는데 대전에 비해 전혀 싸다는 생각이 없다. 규모도 작아 영화관 느낌이 덜 해 지금은 이용하지 않고 있다. 가까운데 있다는 것 빼고는...”라며 시큰둥했다.

매점에서 판매되는 식품가격도 비싸다는 게 이용객들의 불만이다. 불고기버거세트가 6000원, 팝콘세트(카라멜 大)는 8500원, 즉석구이오징어는 무려 6000원에 이른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 영화관 규모는 대전의 영화관에 비해 소규모이면서 음식값은 같거나 더 비싸다”며 “주민을 위한 영화관이 맞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대전의 영화관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해 주민과는 큰 입장차를 보였다.

문제는 더 큰 곳에 있었다. 영화관람실 2곳은 각각 출입구와 비상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비상구는 24시간 잠겨있다. 이유인 즉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것.

영화관 관계자는 “손님들이 비상구를 통해 몰래 들어와 항시 잠겨놓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곳 비상구에는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잠김이 해제되는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개폐장치는 화재 발생 시에만 센서에 의해 잠김장치는 해제된다. 화재 외 위험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동개폐장치는 작동되지 않는다.

한 소방전문가는 “자동개폐장치는 화재 시에만 유용한 장치로, 요양원 등 항시 잠겨놔야 할 시설에서 불편을 호소해 편의상 이 장치를 설치한 비상문은 잠겨있어도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화재 외 여타 재난 시에는 비상문이 열리지 않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요양원처럼 항시 잠겨둬야 할 시설이외 건물은 설사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더라도 만약을 대비해 잠겨두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여가 생활의 폭을 넓혀 문화향유를 확대하겠다는 향수시네마. 개관 1년도 안 돼 손사래 치는 대상물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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