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옥천배구가 뜻하는바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문을 불태워 하늘위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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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옥천배구가 뜻하는바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문을 불태워 하늘위로 올렸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3.1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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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임 수필가 20년간 ‘지매’ 지명조사
항암 주사 맞으며 책 ‘지매’ 출간
지옥임 수필가.

이원면 지매(枝梅)는 지옥임(74) 수필가의 고향이다. 24세 결혼하면서 그곳을 떠날 때까지 그녀는 고향 지매에서 나고 자라 산과 골을 넘어 학교에 다녔다며 곳곳이 추억 아닌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40대 중반에 찾아온 고향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을은 모두가 떠난 채 텅 비어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다섯 가구는 나이든 어르신뿐이었다. 그들마저 떠난다면 마을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저 이름 없는 산과 골짜기로 버려질 거 같았다. 그녀는 빈집을 보며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지명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면 동네 전체가 없어질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낀 것.

지명이 사라진다는 것은 한 세기의 역사가 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 지옥임 수필가는 그때부터 동네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구술을 수집했고, 군과 이원면사무소를 찾아다녔다. 자료조사만 20년 세월이었다. 글로 남기기 위해 대전대학교에서 수필공부도 시작했다. 그렇게 조사하고 정리한 글을 모아 책 출간을 앞두고 63세 되던 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자신이 죽으면 지매가 정말 사라질 것 같아 죽더라도 지매에 관한 책을 내고 싶었다. 그녀는 항암 주사를 맞아 머리카락이 다 빠지면서도 자료정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러한 투혼으로 2년 후 책 ‘지매(枝梅)’를 출간한다.

책 ‘지매(枝梅)’에는 ‘날근터, 셋돌배기, 지채골, 밤숫골, 가릅재, 개똥 뫼. 매봉재, 버무골, 산지장골, 도투마리, 물탕끼, 구수터, 비석 날, 방개골, 조산배기, 만리방천, 안산과 가무개골’ 같은 지명과 유래가 담백한 문체로 기술돼 있어 마을의 역사가 지명을 통해 한눈에 들어온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가 남아있는 한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서 ‘지매’에서 한 세대를 살아왔던 조상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가 언어를 되살려 ‘존재의 집’을 마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옥임 수필가는 “초보자라 다 담진 못했어도 이 책은 내 모든 것을 다해 집필한 것”이라며 “‘지매’를 출간하고 옥천향토사문화연구회 회원 자격을 얻게 돼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자료조사를 위해 광주로 서울로 전국을 안 다닌 곳이 없다. 그때마다 남편(황진호·76)이 차로 데려다주며 사진을 찍어 줬다”며 “남편의 협조로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언어가 살아있는 한 마을의 역사도 살아있다. 지옥임 수필가는 책 서두에 “400여 년 세월 봄이면 비탈밭에 보리피리가 일렁이고/ 버들강아지 물오르면 세 떼기 꺾어 불고/ 살구꽃 흐드러져 꽃동네를 이루며/ 들에는 복숭아꽃 산에는 진달래/ 뻐꾸기 잠 깨우고 산비둘기 구구대며// 산 꿩이 알을 낳고 살금살금 기어가는 내 고향”이라고 노래했다. 봄뿐 아니라 여름과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변하는 고향의 자연 산천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애틋한지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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