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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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생활
  • 이남규 문정문학회 회장
  • 승인 2019.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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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규 문정문학회 회장

산천초목과 벗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늙음이 행복하다고 마음이 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늙음의 생활을 하기 위해 정이 흠뻑 들어있는 고향 산천에서 살아가는 일상이 만족하다.
아침에 일어나 문 열고 밖에 나가면 시원하고 정겨운 바람을 끌어안고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과실나무들이 잘 주무셨어요? 라고 인사하는 것 같다.
주위 산야에서 이름을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각종 수목이 한들한들 나부끼며 반갑게 손짓하는 것 같다.

백동이 진돗개가 꼬리를 흔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양이 귀엽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다.
나이가 들으니 기왕에 모임도 서서히 멀어지고 자식들도 저희들끼리 살아가느라 뜸해지는 게 현실이기에 누구와 맞대고 얘기를 해야 할는지 망막한 게 사실이다.

산천과 즐기는 방법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산골길을 친구로 삼으려고 탐색을 해본다.
한군데만 계속 가면은 지루할 것 같아 이웃 하고 있는 산골길을 번갈아 가면서 걸어 다니다 보니 자연히 순번이 매겨졌다

첫 번째로 어렸을 때 초·중학교를 힘들게 다니던 길로서 옛 생각이 피어나는 곳이다.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동리를 갔다 오는 것으로 왕복 8km인데 가끔 자동차가 오고 가지만 시야가 확 터져 있어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경치가 가슴을 녹여준. 막지리에는 여러 번 오고 가다 보니 우리 동네와 같아 서로 인사도 나누며 이따금씩 차 한 잔씩 나눠 정이 드는 마을이다. 향긋한 바람이 불어와 코끝을 시원하게 해주는데 약 두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로는 옥천군 군북면 용호리 길인데 거리는 왕복 10km 정도로 이곳도 대청호를 끌어안고 가게 돼 흔히들 말하는 깔딱 고개인 가파른 길을 오르면 헉헉하며 땀을 흘려보니 만족한 산길이다.
이 마을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다섯 가구로 앞뒤 사방이 산과 호수로 둘러져있어 육지의 섬인 곳이다.
걸리는 시간은 세 시간 정도이며 거의 자동차가 오고 가지를 않는 산골길이다. 이 마을도 이웃하고 있는 곳이라 서로 만나면 웃음꽃을 피워주는 친절한 인심 좋은 곳이어서 정이 든다.

세 번째로 보은군 회남면 은운리에서 옛날에 백제 신라 간에 전쟁했을 때 군인들이 주둔한 진주 골과 군수물자를 저장했던 곳인 지장골을 지나 싸리나무가 무성했다고 한 싸리골을 걸어가 판장리 고개까지 갔다 오는 산골길로 올라가다 보면 진땀을 토해내는 충분한 운동량이 되는 왕복 8km로 두 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네 번째는 회남면 은운리의 지경말을 지나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고 하는 은메기 뒷산 길로 올라가는데 가파른 고갯길이라 힘이 잔뜩 들게 된다. 그런 후 수월하게 가다가 솔밭 길을 걷다 보면 지금까지 힘들여 온 것을 잃어버리고 흥얼거리며 독수리봉 전망대까지 가게 된다. 이곳에서 대청호반을 가슴에 휘어 담고 흥얼거려보다가 돌아오게 돼 감사하다. 편도가 약 7km로 왕복하면 세 시간 반은 걸린다.

다섯 번째는 두 번째 길을 거쳐 옥천군 안내면 용촌리에서 용목재 그리고 성지골과 장국재를 한 바퀴 도는데 12km로 세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살고있는 가산의 답양리가 한눈에 들어와 품 안에 안기는 다정한 산책로이다.

여섯 번째는 두 번째에서 보은군 회남면 판장리와 분저리 그리고 은운리(은메기)를 거쳐오는 코스로 15km가 돼 다섯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여서 함부로 가기가 힘이 드는 길이다.
판장리 고개는 해발 450m나 되는 산골길이라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버거운 임도로 무릎에 힘을 많이 주게 된다. 판장리에서 분저리까지 자동차가 가끔 다니는 길로 대청호반을 바라보며 함께 하는 이와 이동리가 저 댐 속에 있었다고 지나온 얘기를 나누며 수월하게 오게 된다.
분저리에서부터는 산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가 독수리 봉까지 가 피곤함을 이곳에다 덜어놓고 쉬었다 가게 된다.

이제부터 을라가는 곳이 없어 수월하게 네 번째 코스를 이용해 올 수 있다.
그 외에도 중간에 돌아오는 코스도 있기는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길을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봄에는 진달래꽃을 비롯하여 온 산천이 연분홍색으로 물들이고 앞산에선 뻐꾸기가 뒷산에서 꾀꼬리 밤에는 부엉이가 짝을 찾느라 저희들만의 노래가 진동하는 곳이며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다슬기를 줍는다고 분주한 곳이다.

여름엔 진녹색으로 갈아입고 포근하게 단장하다가 가을에는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풍요로움을 자랑하는가 하면은 겨울에는 온 산천이 흰옷으로 갈아입는 아름다운 산 가산에서 지낸다.
자식들한테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옛날이야기라고 믿고 늙은이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유유자적하며 즐겁게 한다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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