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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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산행기
  • 유봉훈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군민건강보험공단
  • 승인 2019.03.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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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봉훈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군민건강보험공단 재직

다시 월악산이다. 작년 이맘때쯤 아이들과 함께 오른 후 꼭 1년 만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 차량이 밀리지 않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길가에는 간혹 코스모스도 보이고, 들녘은 이제 조금 있으면 거두어들일 여름날의 수고로 황금색이 배어나기 시작한다. 가을 날씨답게 푸르고 맑은 하늘. 눈부시게 떠 있는 뭉게구름이 산행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갖게 하는 날씨다. 그런 아침 길을 2시간여 달리니 동창교 매표소다.

동창교 매표소. 국립공원 매표소치고는 참 한가하고, 주차장도 좁고, 시설도 빈약하다. 그 덕분인지 송계계곡의 물은 여전히 맑고 깨끗하다. 간단하게 장비들을 점검하고, 점심 도시락을 분배받고,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든다.

동창교 매표소에서 영봉으로 오르는 이쪽으로의 오름길은 초반부터 상당히 가파르다. 능선 길로 올라서기까지 약 1시간여를 돌계단과 가도 가도 쉼 없는 비탈길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출발은 같이하였지만, 선두그룹과 후미가 상당히 벌어지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와 아직도 한낮에는 무더운 날씨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가져보는 봉다리들 과의 산행, 내 페이스에 맞는 산행에 기분이 좋다. 한 발 한 발 오름길을 치고 오르자 드디어 영봉이 눈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선다.

손에 잡힐 듯 바로 눈앞에 보이는 영봉. 그러나 이제 다시 저 연봉을 오르려면 1.2Km의 가파르고 험한 계단 길을 올라야 한다. 지금까지의 오름길 보다 훨씬 힘들고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코스. 영봉은 그 신령스런 아름답게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오름길답지 않게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그러다 다시 계단 길, 그러다 다시 내리막길, 그러기를 되풀이하다 막판 300여 미터의 가파른 계단 길. 신령스런 세상으로 올라가기까지는 그렇게 힘든 고통을 이겨내야만 한다.

힘든 발걸음을 한발 한발. 그 힘든 계단 길을 치고 올라 드디어 월악산 영봉에 올라선다. 영봉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시원하게 뚫리는 시야가 호방하다. 멋진 중봉의 암봉을 너머 펼쳐지는 충주호의 물결은 맑고도 고요하고, 가야 할 능선 너머로는 멀리 당당하고 의젓하게 주흘산의 줄기가 늘어선다. 오름길의 보상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을 멋진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사진 찍고, 정상주 한잔 마시고, 멋진 풍광과 바람과 햇살을 즐기다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월악삼거리에서 덕주사로 향하는 능선길로 접어들어 헬기장에 오자 다시 영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영봉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혼자 하는 산행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자신 속으로의 침잠을 하게 한다면, 여럿이 하는 산행은 여유가 있고, 웃음이 있고, 통하는 마음들이 있어서 좋다. 그런 여유 있는 점심시간을 즐기다 이제 천천히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든다.

960봉을 지나고 하산길로 접어들자, 이쪽으로의 길도 상당히 가파르고 계단 길의 연속이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들의 특성이 여지없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동창교매표소 오름길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조망들을 이곳에서는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다.

멀리 그림처럼 떠 있는 충주호와 볼수록 멋진 영봉. 우측의 거대한 암벽들과 날카로운 산들의 출렁임 암봉마다 멋들어지게 서 있는 적송들. 어느덧 마애불을 지나고 덕주사를 지나고, 맑고도 깨끗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닿는다. 계곡물에서 이제까지 수고한 땀들을 닦아내고, 감자 파전에 시원한 동동주로 산행을 마무리하자 마음속으로 솔바람이 지나간다.

이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의 월악산. 초행이 아니라 그런지, 아니면 여러 명이 함께하는 산행이라 그런지, 마음의 감흥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저 가을 산하를 물들일 억새와 단풍 속을 휩쓸고 다닐 전초전 같았던 월악산 산행길. 이제 가을과 함께 서서히 마음속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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