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木 / Balsa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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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木 / Balsa tree
  • 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9.03.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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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안남 화인산림욕장 대표

KOEX에서 실시하는 국제가구 및 목공기계 전시회에 1989년도 출품 기계를 선정하느라고 고심하고 있는 중에 필자 회사로 아주 특이한 손님이 찾아왔다.

지금은 없어진 (주)한국모형비행기의 국한출(菊漢出) 사장이란 분이 와서 발사목(balsa 木)으로 어린이용 모형 비행기를 제작하고 싶은데 슬라이서( slicer:나무를 얇게 써는 기계) 로 1~3mm로 깎고 싶다며 그 기계를 출품해 주고, 참고를 위해 목재를 이용하여 경비행기용 합판을 만드는 공장 견학을 주선도 해줌은 물론  발사목도 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도 슬라이서는 약 2억 5천만 원 하는 고가인데도 개의치 않고 사겠다고 하여, 공장견학과 발사목에 대해선 알아볼 시간을 달라고 했다.

국 사장과 함께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에 내리니, 나무 나라답게 공항 로비 바닥재가 모두 나무로 되어 있어 좋은 인상을 느낄 수 있었다.

1908년에 설립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비행기용 전문 합판 제조사인 마호가니(Mahogany)사를 방문했다.

초창기에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마호가니와 발사를 이용했지만 2차대전 후에는 가볍고 단단한 자국산 자작나무로 합판을 만들어 세스나(Cessna)사 등 세계 유수의 경비행기 제조회사에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 합판에 비해 비행기 제조용은 수십 배 고가로 팔리는데도 주문이 항상 밀려있어 바쁘다고 했다.

마호가니사의 소개로 귀국길에 세계 최대의 통나무 집(Log house) 제조회사인 Honkarakenne사를 견학하는 행운도 얻었다. 연간 40여 개국에 약 4,000동(棟) 이상을 수출하고 있단다.

발사목은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마에다(前田) 선장이 인도네시아 슬라웨시(옛:셀레베스)  섬 마나도(Manado)에서 일본 수산청 소속 참치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그에게 전화하니 구해 줄 수 있으니 염려 말고 어서 오란다.

마에다 선장은 삼 라투랑기(Sam Ratulangi)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한국인들도 메기를 먹느냐며 양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벌려 보이며 묻는다. 여부가 있느냐고 대답하자 인도네시아 토속음식집으로 안내했다. 허름한 2층 목조식당 앞에 잎사귀가 자귀나무처럼 생긴 나무로 안내 하더니 이것이 그 유명한 발사나무라고 하면서 하얀 리본을 붙이고는 2층으로 안내했다.

잘 튀긴 메기요리가 푸짐하게 시원한 맥주까지 덤으로 나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2층 계단에서 내려오자 2층 재래식 화장실에서 손님들의 변이 1층 연못에 그대로 떨어지자 메기 떼들이 쏜살같이 몰려들어 먹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에다 선장이 짓궂게 웃으며 이것이야말로 리사이클(recycle)의 본보기라고 했다. 그런 후 조금 전에 붙인 리본을 가르키며 벌써 이만큼 자랐다고 보여 주었다. 고작 두어 시간이 지났는데도 눈을 의심할 정도로 훌쩍 자라 있었다.

발사는 남미 에콰도르(Equador)에서 전 세계 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적도를 영어로 에콰도르라고 하는데 이 발사목은 적도 근처의 열대지역에서 나는 수종으로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니면서 나무인 것이다.

일년에 무려 4m 이상 자라며 15m면 이미 성목으로 직경은 40cm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희귀목으로 나무 중 가장 가벼워 오동의 비중이 0.27에 비하여 0.12밖에 안되어도 질겨 부표, 구명용구, 모형 비행기 제조에 주로 쓰인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 선제공격 이후 제로센(零戰) 전투기의 맹활약은 미군기들의 공포의 대상으로 악마와 같은 존재였다.

제로센은 세계 최초로 랜딩기어( Landing gear=착륙기어)를 동체에 수납했으며 회전, 속도, 항속거리에서 당대 최고의 전투기였다.

1940년 중일전쟁 시에는 일본군의 제로센 13대와 소련제 일류신 전투기 27대로 맞선 공중전에서 제로센은 피해 전무에 반하여 중국 공군의 27기 모두 격추라는 놀라운 대성과를 거두어 무적의 하늘의 사무라이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미공군은 제로센만 보면 피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러나 1942년 7월 미드웨이(Midway)섬 공략의 양동작전 일환으로 알루샨열도 폭격임무에 나선 제로센 한대가 미군의 대공포화에 피격되어 항모에 돌아가지 못하고 아쿠탄(Akutan)섬에 불시착했다. 파일럿은 기체가 뒤집히는 충격에 목이 부러져 즉사했어도 다행이 기체는 멀쩡했다. 미군은 이것을 수거해 손을 본 후, 테스트 비행도 하고 분해하여 제로센의 비밀을 깡그리 알게 되었다. 기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조종석은 물론 연료탱크까지 보호 철판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기체의 요소요소에 오동나무 등 나무를 최대한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미군은 월등한 공업력을 바탕으로 더욱 개선된 신기종과 숙련된 조종사들의 애국심에 힘입어 제로센을 공포의 대상이 아닌 날으는 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모스키토 경폭기의 활약상은 영화 ‘장렬 633’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스핏파이어 대한 활약상도 ‘공군대전략’에 소상히 묘사되어 있다.

필자는 ‘대공(大空)의 사무라이’인 그를 1996년 여름 도쿄(東京) 긴자(銀座) 7丁目에 있는 명사들의 모임의 장소로 유명한 ‘Sapporo beer garden 7丁目店’에서 우연히 옆자리를 함께하는 영광을 가졌다. 여러 전투 경험담 중에서 그가 과달캐널(Guadalcanal)에 있는 미군 헨더슨 비행장 폭격 임무 중 피탄 되어 한쪽 눈 실명과 반신마비의 중상을 입고도 뉴브리텐(New Britain)섬의 라바울(Rabaul) 기지까지 무려 4시간을 고통과 졸음, 지혈을 하며 사생결단 비행 과정을 실감나게 듣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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