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으면 약 잘못 먹으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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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으면 약 잘못 먹으면 독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19.03.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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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수필가

사람하고 떼어놓을 수 없는 게 술이다. 술도 사람이 먹는 음식 중의 한가지다. 이 술을 안 먹어도 죽지는 않지만 어떤 사람 중엔 이걸 떼어 놓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잘 먹으면 약이 되고 잘못 먹으면 독이 되는 것도 술이다. 즐기다 보면 마약처럼 중독되기 쉬운 게 술이고 한번 배우면 담배처럼 끊기 어려운 것도 술이다. 보통사람들은 밥만 먹어도 살지만 술을 떼어 놓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사람도 많다.

새색시처럼 얌전하던 사람도 이게 목을 타넘어 가기 무섭게 야수로 돌변하는 사람도 있다. 간덩이가 갑자기 부풀어 천지 분간을 못하고 날뛰게 된다. 그렇지만 음주를 잘 배운 사람하고 대작을 하면 세상이 낙원이 된다. 이것처럼 요술을 부리는 음식이 있을까. 뭔가에 가슴 아프고 속상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사람도 이거 몇 잔에 마음이 봄눈 녹듯 풀린다. 한 병에 돈 천원 조금 넘는 이 음식처럼 ‘가성비’가 높은 것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나도 매일 이걸 떼어놓지 못하고 산다. 다만 먹는 방법이 좀 달라졌다. 전에는 주로 술친구들과 밖에서 먹었다.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밖에서 친구들하고 먹는 횟수는 줄고 집에서 주로 저녁밥 먹을 때 반주로 반병쯤 마시니 보약을 먹는 셈이다. 요게 사랑스러워 못 견뎌 하며 먹으니 애주가란 말을 붙여야 되지 않을까 싶다. 마트에 가서 다른 거 살 돈이 모자라도 이 술은 떨어지기가 무섭게 꼭 짝 떼기로 사다 놓는다. 그래도 이 고물가 시대에 싼 게 소주이지 않던가. 뭐 좋은 술은 못 먹지만 우리들의 국민 술인 소주는 20병 들이 한 박스에 2만원 조금 더 주고 사서 한 달쯤 맛나게 먹으니 싸지 않은가. 이 술은 값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 소주마저 값이 오른다면 서민들은 낙이 없을 것이다.

술과 담배 배우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우리들 어렸을 때는 어른들 술 심부름으로 동네 주막집에 주전자 들고 술 심부름을 많이 했다. 요때 주전자 들고 다니며 어른들 몰래 짤끔짤끔 마셔보다가 나도 모르게 배운 술도 있고, 할아버지 장죽으로 몰래 담배 피우는 흉내 내다가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어른들은 내 자식이나 귀한 손자가 자기 심부름 하다가 장래 술중독자로 살거나 내 담뱃대로 해서 골초가 된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술은 잘 먹으면 보약이 된다는 말도 있고 몸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는 말도 있어 헷갈린다. 한데 술뿐이랴. 모든 음식이 잘 먹으면 보약이 되고 잘못 먹으면 독이 되는 이치는 같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면 몸에 탈이 나니 술만 탓할 게 아니다. 다만 다른 음식은 잘못 먹어도 그 피해가 나에게 한정되지만 술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가 된다. 적당히, 알맞게는 세상 모든 것에 통하는 진리다. 세상이 술을 떼어놓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주변에 술로 해서 건강을 잃고 한번 살고 가는 생명도 단축하고 당겨 가는 사람들을 참 많이도 보아왔다. 때문에 맛나게 마신 게 한 많은 술이 되지 않게 하려면 잘 먹는 방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밥도 배고플 때 먹듯이 술도 촐촐해야 생각이 난다. 배가 부르면 술 생각도 따라서 가신다. 흔히들 얘기한다. 술을 먹어도 밥은 먹어라 하고. 한데 세상을 술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매일 빈속에다 술을 들어붙는다. 속이 차면 술 생각이 없기도 하지만 먹어도 맛을 모른다. 빈속에 그 짜릿하게 달아오르는 황홀한 기분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해서 중독이 된 사람은 항상 속을 비워 술을 마신다. 그렇게 하다가 건강이 나빠지니 밥은 더욱 못 먹게 되고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다보면 제명대로 살 수가 없다.

속상한 일 스트레스 받을 일 있어도 술로 풀 생각을 말아야 한다. 술을 마실 때도 꼭 안주를 먹고 식사도 곁들여 먹자. 잘만 마시면 우리의 삶을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친구 간에 우정을 낳고 연인 간에 사랑이 생기고 가족 간에 정이 돈독해지는 묘약이다. 사업을 잘되게 하고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하는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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