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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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을 찾아서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 승인 2019.03.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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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은퇴 전후에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고민 속에는 주위의 평가에 대한 고려가 중요시 된다. 은퇴 후의 모든 문제를 남들이 인정할 정도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우선한다. 여기에 나는 없기 쉽다. 그 이전에는 살기 바빠서 나를 돌아 볼 틈이 없었다. 단지 막연하게 은퇴 후에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여간 준비해서는 오지 않는다. 다들 먼저 나간 선배나 친구들의 2막 성공담을 이야기 한다. 그들의 어려움이나 실패는 잘 알지 못한다.

그 성공담이란 그저 같은 일을 가지고 유관부서에 취업하거나 자영업형태의 가게나 체인점을 운영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그 성공담은 몇 년이 가지 않는다. 그 이후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란에 빠져있기 십상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자식들의 학업과 결혼 본인의 노후 생활비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니 무리하게 일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남을 의식해서 체면을 유지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다. 그러나 현역에 있을 때 생각했던 노후와 현실에서 직면한 노후는 천양지차가 나게 마련이다. 나이 들어 한번 좌절하면 다시는 일어서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작은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일이다. 부부 각기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타인의 평가나 의식은 배제 한다.

은퇴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방송에서 은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 2000년대 들어서이다. 한동안 베이비부머들은 우리 세대는 은퇴의 개념이 없었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위안은 되어도 그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지금은 은퇴 후 생활대비책을 교육하고 은퇴자를 지원하는 기관도 많아졌다. 은퇴를 앞둔 당사자들도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성공한 은퇴자로 방송에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은퇴 후 어려움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주위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 간다. 언론에서는 은퇴 후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가 실패하고 떠도는 이들을 방송하면서 경각심을 높인다.

방송의 주인공들은 다들 훌륭한 과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본인도 생각 못한 처지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후회하는 공통점은 지나친 자신감에 무리한 추진과 남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처방은 무엇인가.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다. 끊을 것은 끊어야 산다. 평생 남의 가치로 살아왔다면 그것부터 끊어내야 한다. 자식의 뒷바라지가 문제가 된다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큰 차가 문제 된다면 비용이 적게 드는 작은 차로 바꾸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여러 가지 모임에 다니는 것이 번거롭다면 인간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집이 크다면 정리해서 작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한다. 그렇게 하고 무슨 재미로 사느냐 의문이 든다면 정말 원해서 여태껏 그렇게 살았던 것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 먼 훗날 실천하기로 미루었던 일을 상기해 내는 일이다. 다음으로 그 일을 실천하기로 마음먹는 일이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본인의 예산 한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모자라면 다소 일을 해서 보충해야 한다. 이 계획에서는 돈을 버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무리하게 돈을 투자해서 많은 돈을 벌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그 자체로 작은 수입원을 만들 수도 있다. 아무리 과거에 훌륭한 일을 하고 한때 돈을 많이 벌었다 하더라도 세월은 속일 수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다. 나만 그 자리에 영원할 수 없다. 변화하는 시간을 인지하고 남은 시간도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 준비하고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많은 것이 불편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익숙해져 불편함은 사라진다. 지나간 관계 지나간 모임 지나간 자리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지상에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유일한 나로서 나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 주위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혹시 주위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이 자신의 의도한 대로 되기를 원하는 나의 욕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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