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술자와 선교사의 평온한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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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술자와 선교사의 평온한 안식처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4.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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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과 인연 맺기 이호진·박현숙 부부
귀촌인 이호진·박현숙 부부가 자신의 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봄빛 가득한 주말, 이호진·박현숙 부부는 텃밭에 고랑을 내느라 손놀림이 바빴다. 산줄기로 둘러쌓여 초행길 한참을 애먹으며 찾아간 곳은 양지바른 곳이었다. 멀리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왔고, 햇살은 눈부셨다. 이웃에 사시는 분들인지 밭고랑에 쪼그려 앉아 나물을 뜯는 모습이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5년 전 군북면 석호리로 들어온 이 씨 부부는 넓은 안마당에 봉숭아, 홍매화, 겹벚꽃, 작약. 목단, 가죽나무, 엄나무, 오가피나무 등 30여 가지가 넘는 나무와 꽃을 종류별로 심었다. 아직 어린 나무들이지만 부부가 얼마가 정성을 쏟으며 키워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것도 같았다. 이호진(62) 씨는 전기기술자였다. 은퇴 후 옥천에 내려온 후에도 양우내안애와 이안아파트 전기공사 관리이사를 맡았다. 아내 박현숙(61) 씨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순회 선교사로 활동했다. 백석 교단 소속 생명샘교회 목사이기도 하며 상담심리사이기도 하다.

부부는 20년 전 대전에서 거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예배를 보고 난 후 인근 지역으로 소풍 길에 나선 적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때 옥천을 알게 되었고 5년 전 우연한 기회에 지금 살고 있는 땅을 매입하게 된다.

박 목사는 선교사로 오랫동안 가난한 지역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 몸에 베인 탓인지 이곳 석호리에 들어와서도 외롭고 힘든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마을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정기적으로 찾아가 잘 지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말벗이 되어 주는 일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해나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웃과 함께 평안한 삶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는 박 목사는 “석호리에는 아직 교회가 없다”며 “지역 분들이 이 땅에 사시는 동안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그 영혼은 천국을 소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터뷰 말미에 밝혔다. 현재 주일아침이면 열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도 했다. 편안한 미소로 인터뷰를 마친 부부는 이내 집 앞 밭으로 나가 씨앗을 뿌리기 위한 땅 고르기에 열중했다.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석호리 산골에서의 정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옥천에서 새롭게 뿌리내려가는 부부의 시간도 느리고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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