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근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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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근대문학
  • 김명순 약사
  • 승인 2019.04.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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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약사

“작가님! 그러면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시점을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누군가 한국문학 개요를 강의하던 어떤 소설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말을 갈고 닦으며 문학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므로, 당연히 정확한 답변을 하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과연 근대라고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을까요? 그래도 근대문학이라 칭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온 시기를 굳이 꼽자면, 6·25전쟁 이후라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해요.”라는 놀라운 답변이 귀를 때렸다. 그 말에 그의 역사의식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일반적으로 광복이전까지가 근대문학, 그 이후가 현대문학의 범주),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까지 있어 더욱 당황했다.

그 순간,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라고 무분별하게 회자되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詩가 떠올랐다. 그 詩에 대해 인터넷에 산재된 정보의 오류가,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는 것도 모자라 버스정류장 광고판에까지 버젓이 새겨진 어이없는 상황이 생각났던 것이다. 이 특강을 통해 비슷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자, 결국 나서서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시점과 그 시기로 보는 이유, 출처에 대해 얘기하고 말았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국문학 전반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업 작가라면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근대문학의 시점은 과연 언제이며, 그에 관한 논의가 왜 중요한 지 살펴보겠다. 우리에겐 일제강점기가 있었기 때문에, 서구적 삼분법(고대·중세·근대)을 그대로 적용한 시대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도 근대시기는 있었고 그 시점을, 조선 영·정조 시대인 18세기 후반으로 보는 학설(김윤식·김현)과, 개화계몽 시대의 국어국문운동이 시작된 19세기말 1894년 갑오개혁 이후로 보는 학설(권영민)이 주요하다.

근대문학 시점을 영·정조 시대로 보는 이유는, 그 시기에 근대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사회 자체의 모순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다가 영·정조 시대에 이르러 ‘신분 계층의 이동, 가족 제도의 혼란, 상인 계급의 대두 등이 일기, 사설시조, 진경산수, 풍속화, 판소리, 단편소설 등의 상상적 산물 속에 풍부히 드러나게’ 될 만큼 사회가 변화되었다. 이러한 긍정적 변혁이 정약용의 실학사상과 전봉준의 동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작품으로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박지원의 「허생전」, 박제가의 「북학의」 등이 있다.

반면 근대문학 시점을 개화기로 보는 이유는, 19세기 중반 이후 근대사회로의 변화 과정 중 ‘국어와 국문이라는 단일한 언어 문자의 기반 위에서’ ‘신소설, 영웅 전기, 개화 가사, 창가 등과 같은 새로운 문학 양식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국어국문운동은 (…) 낡은 제도와 관습과 가치의 붕괴를 촉진시키고, 국문을 통해 새로운 (…) 가치 개념을 대중적으로 구현’하며 개화계몽운동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작품으로는 유길준의 『서유견문』, 장지연의 「애국부인전」, 이해조의 「자유종」 등이 있다.

한편 근대문학의 시점은, 우리 국민의식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논의가 중요하다. 문학은 그 시대를 반영한 창조적 산물로 역사적 고증의 가치를 지닌다. 그러므로 근대적 국민의식이 투영된 작품은, 새로운 가치관에 눈을 뜬 주체적 인간으로서 전통 사회의 모순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던, 국민의식을 고증하기에 그 출현 시점이 중요한 것이다. ‘문학사 연구에서 시대 구분은 (…) 일종의 역사적 인식 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적인 자리에선 누구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언급할 필요성이 있다. 

왜곡된 정보의 양산과 전달은 전염병과 같다. 우리는, 작은 실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큰 파장을 일으키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 아래, 바람직한 사회를 이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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