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비오는 날 가만히 있는 거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빗소리만 듣는 거
그러다 졸리면 잠드는 거
혼곤하게 잠들었다가 잠 깬 시간
저녁인지 새벽인지 모른 채
벽에 기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거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방류하다
방류하는 시간의 물살에 홍도화 꽃잎처럼 떠밀려 가는 거
이백년 전 호흡했던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미쳐서 죽을 만큼 그만의 세계에 머물다 간
니체를 탐독하는 거
도통 알 길 없는 그 이상한 언어들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허기를 떼우던
지는 사월을 가만히 바라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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