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의 땀, 꿩 대신 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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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의 땀, 꿩 대신 닭인가?
  • 정일규 한남대학교·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5.0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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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스포츠과학과 교수

피트니스클럽이나 수영장에는 사우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다. 간혹 꾀가 나서 사우나만 하고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문제는 너무 자주 운동을 빼먹고 사우나만 하는 경우이다. 그 변명(?)을 우연히 듣고 경악한 적이 있다. 이야기인즉슨 운동은 내키지 않아 사우나로 땀을 빼고 싶다는 말이다.

사우나에서 흘리는 땀과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은 같은 것일까? 이 질문의 전제는 땀의 분비속도가 같다고 볼 때이다. 사실 사우나에서나 운동할 때의 땀 성분은 다르지 않다. 땀의 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우나이냐 운동이냐 보다는 땀의 분비속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땀 분비가 서서히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땀샘에서 생성된 땀이 땀샘관을 통해서 이동하는 동안 땀에 포함된 나트륨이나 염소와 같은 무기질이 다시 재흡수될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분비되는 땀에는 무기질이 적게 포함된 묽은 땀을 흘리게 된다. 반대로 체온이 급속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땀의 분비도 급속하게 이루어진다면 땀 안의 무기질이 재흡수될 시간이 적어서 무기질이 많이 포함된 진한 땀을 흘리게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땀의 분비속도가 같다면 사우나와 운동할 때 땀의 성분은 차이가 없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또는 그냥 막연하게 사우나가 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땀이라는 외적 현상만 가지고 사우나로 운동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지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땀은 두 가지 경우 모두 체온이 상승한 결과로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체온상승의 원인이나 경로, 그리고 수반되는 효과는 전혀 다르다. 사우나는 외부로부터의 열을 인체 내로 흡수시켜 체온을 상승시킨다. 반대로 운동은 인체 내부에서 열을 생성시켜 체온을 올리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근육세포 내부에서 에너지원을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열에너지가 먼저 근육을 데우고, 이 열에너지는 순환하는 혈액으로 전달되면서 온몸을 데우게 된다.

다시 말해서 사우나의 땀은 외부의 열에 의해 유발된 체온상승에 대한 체온조절 반응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근육의 열생성 작용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대사 과정의 일환으로 일어나며, 이는 인체의 호흡, 순환계, 신경계와 내분비계, 그리고 근골격계의 커다란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운동을 할 때 인체의 모든 계통은 에너지 수요와 소비가 높은 수준에서 재설정되면서 매우 큰 변화를 겪는다. 운동 중에 땀을 흘리는 것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이긴 하지만 인체가 운동 중에 겪는 수많은 변화 가운데 하나의 부수적인 현상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사우나는 심폐순환계나 신경계, 근골계, 내분비계에 운동과 같은 자극이 되지 못한다. 이 말은 다른 측면에서 사우나가 효과가 없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사우나는 그 나름대로 심리적 긴장완화나 근이완효과, 온열작용을 통한 통증완화, 혈류순환 등의 효과를 갖고 있다.

다만 사우나는 운동에 대해 ‘꿩 대신 닭’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운동할 때의 땀으로 한정시켜 이야기해보자.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은 상대적으로 묽은 땀이 있는 반면에 진한 땀도 있다. 어떤 땀이 좋은 것일까? 혹시 땀이 노폐물을 배출하는 작용을 갖고 있어서 진한 땀이 좋을 것으로 추측한다면 잘못 짚었다. 신체적으로 단련된 사람일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묽은 땀을 흘린다. 즉 평소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건강한 사람일수록 땀이 묽은데, 이는 땀을 통한 무기질의 손실이 적은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땀을 더 서서히 흘리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땀의 분비속도가 같더라도 단련된 사람은 땀샘관을 통해서 땀을 분비하는 동안 무기질을 더 잘 재흡수하는 생리적 적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운동이 습관이 된 사람이 흘리는 땀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사우나에서 어쩌다 흘리는 땀과는 다르다.

그러면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운동할 때의 땀과 사우나할 때의 땀은 같은 것인가? 이 질문이 땀의 생리적 의미를 묻는 것이라면 답은 분명히 ‘아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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