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동요류 모아 모아 첫 동시집 발행
상태바
정지용 동요류 모아 모아 첫 동시집 발행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5.16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처녀작 발표 100년·32회 지용제 기념
김묘순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엮어
정지용 동시집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를 엮은 김묘순 작가의 지용제 팬 사인회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어린이들이 책을 건네받고 있다.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이젠 다 자랐소.
정지용 시인의 시 ‘별똥’이다.

“나에게 별똥은 단순 과학적 운석이 아닌 어릴 적 꿈이었고, 아직도 가슴 깊이 자라고 있는, 꼭 갖고 싶은 소망이다”

정지용 동요류 32편을 모아 그의 처녀작 발표 100년 만에 동시집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를 엮은 김묘순 작가는 정지용의 ‘별똥’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지용(1902~1950년) 시인과 1963년생인 김 작가의 나이차는 육십갑자를 한회 돌았다. 일명 띠동갑이다. 그런가 하면 김 작가는 정 시인의 존재조차 몰랐던 1980년 그의 수필 ‘별똥’을 발표했다. ‘정지용 바라기’를 자청한 김 작가와 정 시인의 묘한 관계는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오래전 고인이 된 정 시인과 김 작가의 영혼적 교감이 수면 위를 미끄러지는듯하다.

이번 동요집 제1장 동시에는 ‘별똥’, ‘호수1’, ‘말’, ‘돌아오는 길’, ‘옛이야기 구절’ 등 32편 동시를 원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어로 바꾸었다. 제32회 지용제를 기념해 32편을 엮은 것이다. 또 방언조사 등을 겸해 시어 해설을 달았으며, 각 시의 정서를 고려해 해설을 첨가했다.

제2장은 해제(解題)적 성격의 원전 동시 해설로 구성, 32편 시를 원문대로 수록해 시의 이력과 이해를 도우려 노력했다. 이는 엄마와 아기가 나란히 읽는 시, 아빠와 또 아기가 함께 읽는 시, 선생님과 학생이 번갈아 읽는 시가 되기에 충분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동요집은 정지용이 ‘서광’지 창간호에 처녀작 소설 ‘삼인’ 발표 100주년과 제32회 지용제를 맞이해 기획됐다.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기금지원사업 중 하나로 300만 원 사업비와 일부 김 작가의 사비를 털어 엮어졌다.

김 작가는 “정지용의 시가 간혹 어렵다는 하소연을 접하곤 했다”며 “정지용의 아름다운 시를 어른과 아이에게 함께 읽혀 맑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일종으로 접근한 것이 정지용의 동시에 해설을 가미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지난 11일 김 작가는 지용제 행사장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팬 사인회를 열었다. 준비한 150권이 순식간에 동났고 일부 책을 받지 못한 관광객은 주소를 남기며 우편송달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인회에서 동시집을 건네받은 이선주(대전시·51) 씨는 “지용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평소 시를 좋아하는데 이번 동시집에 너무 좋은 내용들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김묘순 작가의 사인까지 받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용회 회원이라고 밝힌 김순(서울시·66) 씨는 “지용제에 5번째 참석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기다려진다”며 “시와 소설을 쓰는 11살 손녀에게 이 책을 가져다줄 생각하니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팬으로서 마음을 전했다.

“시문학사 족보로 보아 정지용의 손자뻘”이라 스스로 밝힌 나태주 시인은 “우리말의 말맛을 제대로 살려서 쓴 시, 한국 사람의 마음과 깊은 정을 그럴 수 없이 아름답게 드러낸 시”라며 “정지용 시가 있음으로 우리는 한국말로 쓰여진 보석 같은 시들을 갖게 된 셈”이라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실제 정지용은 애초에 동시라고 이름 지어 발표한 적은 없지만 ‘정지용 시집’(시문학사, 1935)에 동요류로 분류한 시들과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을 짧고 간결한 시를 골라 해설집에 수록했다.

김 작가는 “더 많은 작품을 수록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인회에 책이 부족해 관광객에게 다 나눠드리지 못해 송구스러웠다. 일부는 주소를 받아 택배로 보내주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 작가는 시인이며 수필가, 문학평론가로 (사)한국문인협회 옥천지부장을 역임했다. 수필집으로는 ‘햇살이 그려준 얼굴’과 편저로 ‘정지용 기행산문집-산이 서고 들이 열리고 하늘이 훨쩍 개이고’, ‘정지용 만나러 가는 길’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정지용 산문 연구’, ‘정지용 생애 재구Ⅰ’ 등 다수가 있을 정도로 28년째 정지용만을 바라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