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앓은 어머니 담은 시
제25회 지용신인문학상에 김혜강 시인의 시 ‘알츠하이머’가 당선됐다.
어머니가 사는 마을에는/ 사철 눈이 내린다/ 온 세상이 하얀 마을에는/ 기억으로 가던 길들도/ 눈으로 덮이어/ 옛날마저/ 하얀색이다/ 눈이 소복/ 쌓이는 마을에서/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리시는 어머니/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 그림을 지우고/ 지우고 그리신다// 어머니가 사는 마을에는/ 사철 눈이 내려/ 바구니에 담을 과거도/ 색연필 같은 미래도 없어/ 하얀 백지처럼/ 어머니는 수시로/ 태어난다. 당선작의 전문이다.
당선자 김혜강 시인은 “당선 소식을 듣고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며 “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의미 있는 주제를 담으면서도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짓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을 맡은 유종호 문학평론가와 오탁번 시인은 심사평에서 “김혜강의 당선작 ‘알츠하이머’는 아주 간단한 소묘 같지만 그 안에 숨기고 있는 시적 변용의 솜씨가 얄밉도록 알차다”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안쓰러운 마음을 직설적인 토로와 절규를 통해서가 아니라, 말 못하는 카메라렌즈를 통해 당겼다 밀었다 하면서 절제된 언어로 표출해낸 빼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지난 9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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