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지주목(人參支柱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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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지주목(人參支柱木)
  • 정홍용 안남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9.05.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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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seng wood post
정홍용 안남산림욕장 대표

2000년대부터 우리 옥천에도 인삼밭이 이미 조성되어 여기저기서 검은 피음막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음에 따라 자연이 인삼의 수요도 그것에 정비례하여 증가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필자가 영창악기에 피아노 다리와 의자다리, 의자틀(Chair frame) 공급을 위해 2002년 4월 싱가폴에 머물고 있는데, 표고버섯업계의 큰손 무주 황일수(黃一秀)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금산에 인삼 지주목이 파동이 나서 야단인데 긴급으로 수입할 수 없느냐의 내용이었다.필자의 주 소관인 건축, 가구, 악기, 주방가구 관계의 나무가 아닌 농업용이므로 얼른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옛정을 생각하여 알아보기로 했다.

싱가포르에 포진하고 있는 나무쟁이들로(나무를 알선하는 사람들) 부터 귀동냥으로 충분한 사전 지식을 들은 후에 같은 말레시아 영토인 사라왁(Sarawak)을 가기 위해 지척인  JOHORU에 있는 세나이(Senai) 공항으로 갈까 하다가 편수가 많고 안전한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하기 위해 싱가포르 창이(Changi)공항에서 쿠칭(Kucing)행 에어버스 A320에 올랐다.

새로 도입된 최신 기종에 서비스까지 좋으니 그간 수없이 탔던 인도네시아 국내선의 허접한 비행기와 서비스가 형편없는 것에 비하니 그야말로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륙 후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섬 사이의 해협을 지나 1시간 4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쿠칭 비행장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최종 목적지인 시부(Sibu)로 가기 위해 2시간 후에 이륙하는 포커(Fokker) F-50( 네델란드제 56명 탑승) 쌍발 프로펠라기에  올랐다. F-27( 40명 탑승) 이나 F-50은 날개가 동체 위에 장착되어 있어 비행기 밑으로 수해(樹海)를 내려다보기가 좋고,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할 때 랜딘기어(Landing gear=착육기어)가 동체에서 나오는 것을 승객들이 훤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젯트 여객기에 길들여진 필자에게는 프로펠라기의 착륙 촉감이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안겨 주었다.

시부는 이번으로 3번째 가므로 어색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낯익은 곳도 아니다. 말레시아에서 가장 긴 레장(Rejang)강과 시의 북쪽을 흘러 남지나해로 들어가는 이강(Igang) 강가에 자리 잡고 있는 시부는 남쪽의 쿠칭과 함께 사라왁 목재산업의 중심지이다.

우선 부두 저목장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삼 지주목은 단단하고 고가인 아피통(Apitong=주로 트럭 바닥재로 사용)이나 큐링,캠퍼스,멩가리스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저가로 처치 곤란한 천덕꾸러기 소경목(小徑木)인 MLH(Mixed light hardwoods=남양재로서 수종명이 불분명한 단단한 나무들의 총칭)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왕 왔으므로 MLH 집산지를 보려고 레장 강가에 자리한 카노윗트(Kanowit)로 5~6인승 스피드 보트(Speed boat)를 타고 강을 거슬러 4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에도 강가 곳곳에는 원목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임시 집산지가 보였다.

현장 저목장에는 비중이 높아 물에 뜨지 않는 강질의 MLH류(sinker)와 물에 뜨는 원목(floater)으로 한눈에도 알 수 있도록 구분해 놓았다. 

이곳 원목 관계는 복건성 출신 화교들이 이미 100여년 전에 진출하여 이곳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 원목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틀간 머물면서 자세히 파악한 후에 스피드보트를 타고 시부에 있는 호텔로 돌아오는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올 때는 5명이 타고 왔는데 돌아갈 때는 키잡이( 배의 키를 조정하는 사람)와 필자, 현지인 잡부, 원주민 이반족 여자 모두 4명인데 공교롭게도 모두가 서로 언어가 달라 통하지 않았다. 약 1`시간 신나게 물살을 헤치고 달리다가 엔진 고장이 발생하여 갑자기  멈추어 버렸다.

30대 초반인 키잡이는 중국에서 2달 전에 와서 말레어도 모르고 아직 미숙련의 깡초보였다. 

50대 중반인 현지 인부는 말레이어  밖에 못하고, 50대 초반인 여자는 세상에 이반족 말만 있는 줄로 알아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지나가는 배도 없고 연락할 방도가 없어 마냥 물결 따라 떠내려가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모두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일어는 고사하고 영어도 안 통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키잡이와 필자 간에는 한문 필담으로 겨우 의사소통이 되었지만, 그마저도 배멀미와 허기로 키잡이가 빈사 상태에 들어간 후로는 이어질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우선 주위가 보이니 살 것 같았다.

이상 하게도 배는 본류에서 벗어나 지류로 흘러들어와 사방이 맹그로브(Mangrove)숲으로 들러 싸인 곳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열대의 강한 햇빛과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세 사람은 배멀미로 신음하며 위장에 있던 것을 모두 토해내서 초점 잃은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이틀 밤을 새우고 나서 셋째 날이 되자 허기에 지체 몸을 움직이기도 힘이 들고 신기루 현상이 나타났다.

해질무렵 인근 마을에서 온 어선에 운 좋게 발견되어 구사일생으로 견인되어 구조되었다.

금산에서 유통되는 가격과 현지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서 필자의 양심상 인삼지주목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황사장에게 통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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