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피로에 대한 오해, 젖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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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피로에 대한 오해, 젖산 이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5.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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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어제 많이 걸었더니 다리가 뻐근하고 피곤한 거보니 젖산이 많이 쌓였나봐”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실소하게 된다. 젖산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 운동할 때 젖산이 만들어지고, 젖산이 피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니! 과거에 비해 운동 상식이 꽤 퍼져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상식처럼 알려진 정보 중에 잘못된 것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서두의 말 중에서도 잘못된 상식이 두 개나 있다. 첫째, 젖산이란 많이 걷는다고 해도 전혀 생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면 젖산이란 우리 근육 내에서 무산소 과정에 의해서 생성되는 대사산물로서 꽤 높은 강도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당히 높은 속도로 달리거나, 혹시 걷더라도 경보경기처럼 최대의 속도로 걷지 않는다면 근육은 젖산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둘째는 젖산은 운동이 끝나고 한참 지난 후 뻐근하고 피곤한 증세와도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높은 강도로 운동할 때 젖산이 근육 내에 쌓이면서 그 근육의 피로를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육에서 생성된 젖산은 약 2~3분의 시차를 두고 혈액 중으로 바로 빠져 나온다. 이렇게 근육으로부터 혈액으로 젖산이 빠져나옴에 따라서 혈액 중의 젖산농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혈액의 산성화가 진행되면서 전신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젖산으로 인한 혈액의 산성화를 완충시키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우리가 어느 강도 이상으로 운동할 때 더욱 숨이 가빠지게 되는 이유는 이 추가적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기 위한 것이다.

운동 중에 생성된 젖산의 80%는 심장근육이나 운동에 동원되지 않은 다른 근육에 의해 완전히 연소되고, 20% 정도의 젖산은 간으로 보내져서 혈당을 만드는데 쓰여진다. 이 과정에 의해서 운동 중에 만들어진 젖산은 운동 후 몇 시간이면 완전히 제거된다. 그러므로 어제 운동을 한 것 때문에 젖산이 오늘까지 남아서 근육을 아프게 하지는 못한다. 그 통증의 진짜 원인은 운동 중 근섬유(근세포)의 미세구조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혈관 확장과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브레디키닌, 히스타민과 같은 통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젖산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젖산은 안정 상태에서도 혈액 중에 1mM 정도 존재한다. 안정 상태에서의 젖산은 혈액 중의 적혈구라는 세포가 만들어내는데, 적혈구는 여러 조직세포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므로 그 자신은 산소를 쓰지 않고 무산소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결과 젖산이 생성된다.

요즘은 혈당과 마찬가지로 손가락에서 한 방울의 피로도 쉽게 혈액 중 젖산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동안 혈액 중 젖산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젖산이 급격하게 축적되기 시작하는 시점의 운동강도는 체력수준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체로  운동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운동을 할 때, 일반적으로 최대운동능력의 60% 수준에서 젖산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체력수준이 높은 엘리트 선수의 경우는 75% 이상의 수준에서 젖산이 급격히 축적되는 시점이 나타나는데 이를 젖산역치 또는 무산소성역치라고 한다. 이 무산소성역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피로를 적게 느끼며 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 

이 젖산이 체내에서 피로를 유발한다고 해서 미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이 젖산을 식품으로 섭취할 때 장(腸)의 건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즉 요구르트가 대표적인 젖산식품이다. 요구르트는 우유에 젖산균이라는 혐기성균을 넣어서 우유에 들어있는 당을 젖산으로 발효시켜 만든 식품이다. 이 젖산은 장을 산성화시켜 부패세균의 번식을 억제하여서 장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운동할 때 우리의 근육에서 생성되는 젖산은 일시적으로 근피로와 전신피로를 유발하지만 이러한 피로야말로 우리를 건강하게 해준다. 즉 젖산을 생성시키는 운동을 자주 할수록 우리 몸은 피로에 대해 내성이 생기고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생성 능력을 소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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