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과수원은 어떤 풍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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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과수원은 어떤 풍경일까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5.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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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농장’·‘깍기공방’의 백용현 대표
귀촌인 백용현 목공예가

백용현(청성면 장연리·56) 목공예가는 6년 전 옥천으로 들어왔다. 부산에서 광고 일을 하다가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아버지를 봉양하고자 한 것이다. 백 씨의 아버지 백경희(97) 어르신은 25년 전 장연저수지 인근에 각종 과실수를 심었다. 과수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직접 만든 수십 개 조각상,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한참 동안을 둘러보게 만드는 장소였다. 입구 오른쪽에는 배꼽농장이란 팻말이 왼쪽에는 용현 씨가 직접 제작했다는 항아리 분수대와 ‘깍기공방’이란 팻말이 있었다.

농장에 들어서자 수십 그루 자두나무가 일렬로 서있었다. 푸른 자두가 싱그러웠다. 장연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소리는 시원했다. 1800여 평의 대지에 사과나무 340그루, 복숭아나무 80그루, 자두나무 100그루 이 밖에도 100여 가지의 과실수들이 푸릇한 과일을 매달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용현 씨는 연로하신 아버지를 대신해 나무를 다시 심고 가꿔나갔다. 과수원일 뿐 아니라 목공예가로서 작품을 만드는 데도 열중했다. 그는 중앙대학교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부산의 대기업에 입사해 광고 일을 10여 년 해오다가 퇴사한 후 자영업으로 광고 일을 계속했다.

옥천에 들어오기 전부터 목공예를 시작해 지금까지 빵도마, 십자가, 장승, 솟대, 각종 동물 캐릭터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서울 인사동에서 지난해 솟대 작품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미술공에협회 회원전시회를 해마다 꾸준히 해오고 있다.

백용현 씨는 “도시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처음에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견디기 어려웠다”며 “적응하기 위해 농사도 열심히 짓고 문화적인 것도 열심히 해 와서 지금은 권하고 싶을 정도로 이곳 옥천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귀촌인들이 농촌에 와서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은 문화의 부재”라며 “문화적 교류가 없이 자연만을 벗하며 산다는 것은 도시생활을 오래 한 이들로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농촌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곳에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적인 교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백용현 씨는 과수원이 과일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목공예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 및 판매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꾸려 나갈 계획인 것.

이미 5년 전부터 11월에서 2월까지 목공예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에서는 서각, 문패, 가훈, 솟대, 장승, 과일 담는 그릇, 각종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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